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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스님은 근현대불교사 상징이자 키워드”

  • 교학
  • 입력 2019.04.22 19:23
  • 수정 2019.04.22 19:39
  • 호수 1487
  • 댓글 0

(사)혜암선사문화진흥회 주관
4월20~21일 해인사 보경당서
불교학자 20여명 발제와 토론
혜암 스님 삶·사상 심층 조명
4월26일 상당법어집·진영 봉안

‘가야산의 정진불’ ‘가야산의 대쪽’ ‘공부하다 죽어라’로 널리 알려진 조계종 전 종정 혜암성관 스님(1920~2001)의 삶과 사상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열렸다.

(사)혜암선사문화진흥회(이사장 성법 스님)는 4월20·21일 합천 해인사 보경당에서 혜암대종사 탄신 100주년기념 제2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서울 동국대에서 제1회 학술대회를 연 지 꼭 5년만이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혜암 스님 생전의 선법문 동영상 시청과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공부하다 죽어라-집주 혜암 대종사 상당법어집’을 편찬한 신 교수는 “그동안 한국불교계를 돌아보면 중국 선종의 어록을 양 손에 쥐고 흔들어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우리 방식대로 우리 장단에 맞춰 우리의 본지풍광을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참으로 은혜롭게도 가야산 해인총림에는 성철과 혜암 두 대종사께서 뒤를 이어 출세하셨고, 게다가 돈오돈수의 같은 곡조를 연양(演揚)하셨으니 분명 전통이라 할 만하다”며 “귀중한 이 전통이 잘 계승되어 이 시대에 걸맞게 연주되어 온 세상에 울려 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외래교수 문광 스님은 용맹정진과 두타고행을 중심으로 혜암 스님의 자성삼학(自性三學)과 선수행관을 고찰했다. 혜암 스님이 입적하던 해 시봉을 맡았던 문광 스님은 “출가수행자 사표이자 활승(活僧)이었던 스님을 최측근에서 모실 수 있었던 체험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보리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나만의 입법계품 서장으로 남아 있다”며 “혜암 스님은 생활이 그대로 법문이었기에 완벽한 언행일치를 보여준 삶이었다”고 밝혔다. 또 “혜암 선의 한 특징은 용맹정진과 두타고행이 그대로 자성삼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며 “스님의 삼학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화두참선을 용맹스럽게 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혜암 스님의 간화선 사상과 방법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오 교수는 “스님은 교(敎)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선 자체에 가치 부여를 하고 적게 먹고 장좌불와를 하는 등 두타행 중심의 선수행 가풍을 확립했다”며 “조사선의 정법과 부합되느냐의 여부, 중도의 이치와 실상에 적합한가의 여부가 스님 삶의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님이 제시한 화두 공부의 핵심은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소식으로 의심해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러한 스님의 화두공부법은 출재가 공통의 수행가풍을 이루게 하였고 재가자들을 간화선에 적극 끌어들이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영식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위원은 혜암 스님 선사상의 경전적 배경과 한국불교에서 위상을 구명했다. 그는 혜암 스님이 송대(宋代)가 아닌 당대(唐代)의 선어록을 주로 인용했던 것은 당대의 선을 모범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며, 규봉종밀이나 연명연수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혜암 스님이 돈오돈수를 주장했던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또 혜암 스님이 정토사상을 설하고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한 정 연구위원은 “천상이니 지옥이니 하는 구별은 원래 없고 모두 마음이 지었다는 것이 선의 주장”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스님은 참으로 선지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혜암 스님의 사례를 중심으로 성인전(聖人傳) 이론과 한국불교의 ‘큰스님 만들기’에 대해 살펴봤다. 박 교수는 “혜암 선사를 비롯한 근현대 시기의 대표적 고승들에 대한 성인화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단순히 추모에서 그친다면 도인은 없고 깨달은 자도 없는 한국불교사의 암흑기만 기약 없이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 없는 종교를 상상하기 어렵듯 성인전 같은 인물연구방법론과 그 성과는 종교의 발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며 “혜암 선사를 모범적인 전문 선수행자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만세의 사표, 고승의 새로운 표준, 깨친 수행자의 모델로 제시할 것인지도 한국불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라는 거시적인 문제의식 속에서 그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오경후 전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한국 현대불교의 동향과 혜암 스님의 수행과 교화에 대해 검토했다. 그는 혜암 스님이 한국 근현대불교의 질곡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중과 저자거리를 오가면서 부처님법대로 살기를 염원했고, 두타행을 통해 정법안장을 지키고자 한평생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1947년 봉암사 결사를 비롯해 1994년 및 1998년 종단개혁 과정에서 혜암 스님의 역할을 조명한 오 교수는 “혜암 스님은 한국 근현대불교사의 상징적 존재 가운데 1인으로 성철 스님과 함께 한국 근현대불교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밝혔다.

토론자로는 권탄준 금강대 명예교수, 은유와마음연구소 효신 스님,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동국대 선학과 교수 정도 스님, 최유진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김광식 동국대 교수, 김경집 진각대 교수가 참여해 발표 논문을 보완하고 혜암 스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학술대회와 관련해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혜암 대종사께서는 선사로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니셨으면서도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에게도 늘 불법을 일깨워주려는 자비로운 모습을 보이셨다”며 “내년 4월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해 스님의 삶과 사상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도 “많은 학자들을 초청해 혜암 스님의 삶과 사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매우 반갑고 고맙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드러난 혜암 스님의 진면목이 지금 우리는 물론 앞으로 살아갈 모든 사부대중에게도 삶의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4월26일 해인사 원당암에서 ‘공부하다 죽어라-집주 혜암 대종사 상당법어집’ 봉정식 및 김호석 화백이 그린 혜암 대종사 진영 봉안식을 개최한다. 또 5월1일에는 지리산 영원사에서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을 증명법사로 제4차 혜암대종사 수행도량 순례법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인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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