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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문화유산지구 입장료 왜 폐지했나

  • 교계
  • 입력 2019.04.29 13:52
  • 수정 2019.04.29 18:03
  • 호수 1488
  • 댓글 7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지역주민과
갈등 벗어나 상생협력 모색 결단
4월29일 지자체 등과 업무협약
매표소 철거…지방도로 무료개방
사찰측 “주민복리 증진 먼저 고려”
정부 측 사과없이 합의해 아쉬움

화엄사와 천은사는 4월29일 오전 사찰 입구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환경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천은사~노고단 구간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에 따른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화엄사 제공
화엄사와 천은사는 4월29일 오전 사찰 입구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환경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천은사~노고단 구간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에 따른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화엄사 제공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말사 천은사가 지난 30여년간 시민단체 등과 갈등을 빚어온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천은사 입장료 폐지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리산권역의 관광활성화를 바라는 지역주민의 요구와 지리산 탐방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사찰 측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비롯된 결과다. 이번 입장료 폐지 결정으로 천은사는 지역시민단체등과 소통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천은사 입장료문제는 국립공원 지정과 입장료 징수 및 폐지, 관광도로 개설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 따라 발생한 것임에도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지 못하고 폐지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종단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천은사는 4월29일 오전 사찰 입구에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기획실장 오심, 천은사 주지 종효 스님, 전라남도, 구례군, 환경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천은사~노고단 구간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에 따른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사찰과 관계기관 대표를 비롯해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협약식을 통해 천은사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861호선 위에 설치됐던 매표소를 철거하고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전라남도는 지방도 861호선 도로부지(천은사 구간)를 매입하고, 천은사 운영기반조성 사업을 지원한다. 또 환경부는 천은사 주변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를 새로 정비, 지원하며, 문화재청은 천은사 문화재보수 및 관광자원화 사업을 지원하고 구례군,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천은사 운영기반조성 사업에 따른 인허가 지원과 천은사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리산권역 탐방객들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지방도 861호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테이프커팅식을 진행했다. 화엄사 제공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테이프커팅식을 진행했다. 화엄사 제공

논란이 된 천은사 입장료문제는 1960년대 후반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리산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지리산 국립공원이 지정될 당시 천은사 소유의 토지 1157만㎡(350만평)도 함께 포함됐다. 지리산 국립공원 전체 부지의 14%가 넘는 사찰 땅이 포함됐지만 정부는 사찰 측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특히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각종 개발규제로 사찰은 수행환경은 물론 종교활동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후 1987년 전두환 정권은 ‘88올림픽 관광 특수’를 위해 기존 군사도로를 확장해 시암재-성삼재-정령치-산내면을 잇는 지리산 관광도로(861번 지방도)를 개통했다. 정부는 이곳에 매표소를 설치해 국립공원입장료와 함께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했다.

그러다 정부가 2007년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국립공원입장료를 사찰 측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나 사찰 측은 861번 지방도의 상당수가 천은사 부지를 관통하고 있는 데다 이 지역은 천은사와 도계암, 방장선원, 수도암 등을 잇는 문화재구역이라는 점에서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징수해왔다.

그러자 일부 시민단체 등은 천은사가 지리산 탐방객들을 상대로 통행세를 받는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법정공방을 진행하는 등 오랜 기간 사찰 측과 마찰을 빚었다. 그럼에도 정부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사찰 측에 책임을 전가하고 방치해 왔다. 이로 인해 정당한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했던 사찰 측만 오히려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해당 사찰과 조계종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 측의 사과와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요구해 왔었다.

장기간 논란 끝에 화엄사와 천은사 측은 정부기관 및 지역시민단체들과 협의를 갖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결국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화엄사․천은사와 지자체, 정부관계기관 등은 오랜 논의 끝에 지리산권역 관광활성화를 위해 천은사가 입장료를 폐지하는 대신 지자체로부터 전통사찰 수행환경보존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받기로 전격 합의했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정부의 국립공원 지정으로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천은사가 처한 현실적 문제를 감안한 합의였다”면서 “화엄사와 천은사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역 발전과 지역주민들의 복리증진 등을 먼저 고려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가 그동안의 갈등에서 벗어나 지역과 상생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po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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