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이어온 선원 순례로 복전에 심은 복의 씨앗을 기도와 봉사 그리고 화안애어로 잘 키워나가는 일은 자신의 몫이다.”
의왕 청계사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이하 순례단) 단장 성행 스님은 4월23일 경주 남산 칠불암 참배에 앞서 순례단원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27차 순례길에 오른 순례단원 30명은 성행 스님 당부를 새기며 칠불암 마애불에 합장했다.
칠불암의 창건연대는 현존하는 유물들로 보아 신라시대로 추청되고 있으며, 현재 경주 남산 내 가장 규모가 큰 불상을 갖춘 도량이다. 칠불암이라는 명칭의 유래도 경내 바위에 아미타삼존불을 비롯해 사방불이 조각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불상군은 빼어난 조각기법 등으로 우리나라 사방불 연구에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칠불암 위쪽 신선바위에 조각된 반가상 역시 매우 빼어난 부처님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국보 제312호로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칠불암은 신라고승 원효대사가 머물며 가르침을 받았던 도량으로 일컬어진다.
순례단은 의왕 청계사에서 준비해 온 육법 공양물을 차례로 불단에 올리고 예불에 임했다. 단장 성행 스님 집전으로 50분가량 예불을 봉행한 뒤 부처님 도량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일원을 순례했다. 이날 칠불암 순례로 순례단원들은 94번째 염주알을 뀄다. 순례는 염주알 108개를 완성할 때 회향된다.
유경희(62, 자연) 순례단 회장은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뵙고 싶었던 칠불암 부처님을 참배해 가슴이 뭉클하다”며 “몸이 좀 불편해 힘들게 결정해서 온 순례였는데 ‘어서오라’며 빙그레 웃는 칠불암 부처님을 보는 순간 먹먹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복의 씨앗이 큰 나무로 잘 자라도록 기도하고 봉사하는 일에 노력과 정성을 다짐하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2년 10월 창립한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은 이듬해 1월 경주 불국선원, 불국사, 석굴암, 기림사, 분황사를 시작으로 첫 걸음을 뗐다. 이후 백천사 방생법회와 조계사, 길상사, 천불선원, 대승사, 용문사, 직지사, 석가사, 고금당선원, 고운사, 봉정사, 제주 남국선원, 약천사, 홍련암 등 93곳의 사찰과 선원을 순례했다. 2020년 2월 마지막 순례지를 인도로 선정, 108개 염주알을 완성할 예정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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