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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오도의 확률-하

기자명 강병균

부처님 출현은 희유…그 같은 깨달음에 이른 자 없었다

무아·연기론은 부처님이 처음
이전 철학자들도 모두 신 믿어
깨달았다는 이들도 ‘내용’ 없어
부처님 무여열반도 깊은 의미

지난 회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확률은 거의 영이라고 말했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그렇다. 지구가 생겨난 지 45억년 동안 석가모니 부처님이 나타날 때까지 지구상의 생물 중에 깨달음을 얻은 자가 없었다. 종교인과 철학자들이 무수히 나타났지만, 무아론(無我論)을 얘기한 자도 연기론(緣起論)을 얘기한 자도 없었다. 모두 영혼을 믿었다. 신을 믿었다. 영혼과 신이 사람과 우주를 움직이는 존재라고 믿었다. 모두 현상의 이면에는 이를 주재하는 인격과 의지를 지닌 실체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런 실체가 없이, 상호작용에 의해 일체의 현상이 벌어진다고 하셨다. 이게 연기론이다. 현상이 현상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과정이 끝없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이 세상은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세계(緣起法界)이다. 이 점에서 부처님의 출현은 문자 그대로 희유한 일이었다.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에 이른 자는 없었다. 지금도 없다. 사람들이 너무나 저열하고 타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얻을 확률은 (지금까지 존재한 지구 생물의 수를 무량대수라 하면) 무량대수분의 일이고, 시간 대비로는 (1년 안에 깨달을 확률은) 45억분의 1이다. 거의 0에 가까운 확률이다.

우리 태양계 행성들을 다 따지면 확률은 더 낮아진다. 이들 중에 생명이 사는 곳은 지구뿐이다. 설사 우주 다른 행성에 고등생물이 있다 해도 은하 하나에 행성 하나 정도라 하므로, 1000억 분의 일이다. 깨달음을 얻을 확률은 45억분의 1에서 4조5000억분의 1로 낮아진다. 이처럼 깨달음을 얻을 확률은 실로 0에 가깝다.

불교도들은 부처가 되면 자기뿐 아니라 다른 중생의 무한한 전생을 기억한다고 믿는다. 달라이 라마는 수년 전 바바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에서 ‘깨달음을 얻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는 어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부처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부처님 이후와 이전에 이런 기억을 가진 사람은 존재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진정한 그리고 엄밀한 의미에서 부처가 된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뿐이다. 물론 자칭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모두 과대망상증환자들이었다. 깨달았다고 주장만 했지, 그 내용이 없었다. 뭘 깨달았는지 내용이 없었다. 중생을 망상에 빠뜨리고 뜯어먹다 죽었다. 이들은 기독교의 재림예수라고 주장하는 자들에 해당한다.

부처님이 무여열반(모든 업이 다해 다시는 윤회하지 않음)에 드셨기에 망정이지 그리하지 않으셨다면, 자신이 환생부처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무수히 나타났을 것이다. 인류역사상 잊힐 만하면 나타나 자신이 미륵부처라고 주장하는 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있다. 이 점에서 무여열반에 든 부처님은 참으로 자비로운 분이셨다. 만약 환생을 약속하셨다면 무수한 사이비들이 나타나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터인데, 무여열반에 듦으로써 그런 일을 원천적으로 막으셨기 때문이다.

참된 깨달음이 힘든 이유는 무아론(無我論)에 대한 참된 이해가 힘들기 때문이다. 잘못 이해하는 자들은 참나(眞我, true atman)에 빠진다. 모든 것은 무아(無我)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은 무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모든 것이 무아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은 무아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참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불교 종정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많다. 그 결과 한국에 태어나면 깨달음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 힌두교도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리되면 설사 앞으로 45억년이 흘러도 깨달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깨달음에 대한 집착도 망상이다. 꼭 깨달음을 얻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에겐 자기 분에 맞는 행복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지한 어린아이들의 행복을 부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처의 출현으로 인해 세상에 망상과 혼란이 심해진다면, 운문선사 말 맞다나 몽둥이로 한 방에 쳐 죽여 개먹이로 던져줄 일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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