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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대종사 향훈 깃든 지리산 영원사에서 가르침 기리다

기자명 주영미
  • 교계
  • 입력 2019.05.04 01:53
  • 수정 2019.05.16 19:44
  • 호수 1488
  • 댓글 0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제4차 혜암대종사 수행처 순례
5월1일, 지리산 영원사에 사부대중 400여 명 동참
원각 스님 법문 “두타 수행정신 오롯이 펼치신 곳”
10월26일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서 제5차 순례
2020년 대종사 탄신 100주기 원당암서 기념법회

“대종사의 수행가풍을 널리 선양하고 가르침을 되새겨 마침내 큰 깨달음을 이루어 널리 고해중생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겠습니다.”

경남 함양의 지리산 중턱, 해발 920m의 깊고 깊은 산중에 위치한 신라고찰 영원사. 천혜 자연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야생화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 이 도량에 사부대중 4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이 깊은 산중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공부하다 죽어라’고 할 만큼 혹독한 정진의 길을 당부했던 조계종 전 종정 혜암 스님의 수행처를 찾아가는 순례, 그 네 번째 참배지였던 것이다. 혜암 스님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승의 향훈이 이어진 지리산 영원사에서 순례단은 거듭 신심을 다지며 정진하는 삶을 서원했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이사장 성법 스님)는 5월1일 경남 함양 지리산 영원사에서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 수행처 참배 네 번째 순례법회’를 봉행했다. 이 법석에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을 비롯해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 등 혜암 대종사 문도회 스님 40여 명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재가불자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영원사는 참가자들을 위해 풍성한 점심 대중공양을 제공했으며 축하 화한 대신 도량 곳곳에 순례단을 환영하는 꽃을 심어 봄의 향기를 더했다. 영원사 두타선림 앞에서 대오 스님의 사회로 봉행된 법회는 삼귀의 및 반야심경, 영원사 주지 스님 환영사, 이사장 성법 스님 인사말, 문도 스님들의 인연담, 혜암대종사 육성법문,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법문, 석가모니불 정근, 발원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법문에서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과 신도 여러분을 한자리에서 뵙고 같이 법회를 보게 되어 더없이 반갑다”며 “큰스님께서는 해인사 다음으로 이 산중에 가장 오래 사셨을 만큼 지리산을 가까이 하셨고 특히 영원사에 머물며 도솔암을 복원하셨고 상무주암에 머물며 문수암을 재건하는데 앞장서시는 등 항상 옛 절터를 찾아 여법한 도량으로 일구기를 멈추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큰스님께서는 늘 각자 자신의 공부를 잘 하고 자신의 일 잘 하는 것이 곧 남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스스로 고행과 두타행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재가불자들에게도 세상을 평화롭게 잘 살려면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화합하고 단결하여 이치에 맞게 살 때 날마다 좋은날이 된다고 당부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스님은 “우리가 이렇게 큰스님의 수행처를 답사하는 것은 큰스님의 발자취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 근본인 마음 바탕을 깨우쳐서 안심과 소통으로 동체대비를 실천하기 위함”이라고도 당부했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도 인사말에서 “꽃피는 화창한 계절에 역사가 깊고 많은 고승이 수행 정진한 도량 영원사에서 우리의 스승이신 은사 스님의 발자취를 찾는 네 번째 성지순례 법회를 갖게 되었다”며 “이곳 지리산에서 은사 스님을 만나 3일간 오롯이 함께한 시간은 지금까지 마음속에 새기는 진솔한 가르침”이라고 회상했다. 스님은 이어 “하루 한 끼 솔잎을 갈아서 드시고 저녁에는 잠도 주무시지 않으시며 혹독하고 죽음도 불사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곁에서 생생히 보았다”며 “큰스님의 끝없는 신심, 끝없는 발심, 끝없는 원력 그리고 끝없는 수행정신을 이어받아 불교인이라는 이름이 헛되지 않고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수행하고 정진해서 모두 성불하는 길에 밑거름이 되는 법석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혜암 대종사 문도회 스님들은 영원사와 더불어 산내 암자 도솔암, 상무주암, 문수암을 오가며 이어진 정진과 불사의 수행담을 전하며 큰스님의 가르침을 회상했다.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 여연 스님은 “인도유학 전 잠시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온 이곳에서 큰스님 곁에 머물게 되었고, 그 기간 중에서도 일주일 동안 단식하며 자비도량참법 정진을 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수행자의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배고프고 돈이 없어야 공부가 된다고 경책하시던 큰스님의 가르침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다”고 밝혔다.

1980년대 초부터 10년 동안 도솔암 복원불사에 매진했던 정견 스님도 “큰스님을 모시고 살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무수히 지나갔다”며 “큰스님께서는 1979년 도솔암 복원불사를 발원하시어 원만성취 하신 덕분에 지금 도솔암은 3년 3개월 정진을 발원한 스님 한 분이 5월5일 회향을 앞두고 있을 만큼 여법한 수행처로 정착 되었다”고 전했다. 또 스님은 “당시 큰스님과 한 방에서 잠을 자면 항상 큰스님께서는 가만히 앉아 계신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에 ‘큰스님께서는 왜 주무시지 않고 앉아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큰스님께서 걱정과 염려 속에서 어린 저를 보시며 당부해주신 덕분에 오늘까지 중 노릇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82년부터 83년까지 도솔암 복원불사의 손발을 자처했던 능혜 스님 역시 “은사 스님을 모시고 살면서 제 삶의 뼈와 살과 피가 된 곳이 바로 이곳 영원사”라며 “스님께서는 이 깊은 산중 생활을 하면서도 흐트러짐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으실 정도로 수행자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철두철미 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법석에 동참한 불자들도 스님들의 수행담과 감로법문을 통해 더욱 정진하는 삶을 발원했다. 경기도 고양 흥국사에서 순례에 동참한 송길규 거사(69, 무문)는 “이번까지 혜암 큰스님의 수행처 순례에 네 번 모두 동참했다”며 “영원사는 때 묻지 않은 시골의 고향집에 온 것 처럼 정말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해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수행이 미천하여 혜암 큰스님의 깊은 경지까지 다다르진 못하지만 마음이라도 그 길을 따르고 싶다”며 “순례에 꾸준히 동참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욱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서원했다. 

이날 순례단이 찾은 영원사는 신라 영원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역대 109명의 고승이 수행한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랜 세월 정진이 이어진 장이었으며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의 출가 도량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후 복원불사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혜암 대종사는 1967년 해인총림 유나를 맡은 이후 1968년부터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안거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지리산을 가야산 다음으로 오랜 기간 머물며 수행처로 삼았다. 특히 청매 스님의 토굴터로 알려진 도솔암을 복원하고 문수암 절터를 찾아 불사를 추진한 원력은 지금도 후학들에게 생생하게 회자되고 있다.    

한편 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지난 2017년 가을부터 혜암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2년 여 앞두고 수행처 참배 순례를 시작했다. 매년 봄, 가을로 이어진 순례는 남해 용문사, 하동 칠불사, 순천 송광사에서 각각 1, 2, 3차 법회가 봉행됐다. 10월26일 봉행될 제5차 순례는 영축총림 통도사 호국극락선원으로 향한다. 이어 제6차 순례는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로 2020년 스님의 탄신일에 맞춰 해인사 원당암에서 봉행된다.  

 

함양=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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