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반려동물] 3. 불연으로 방송 탄 이색 동물들
[불교와 반려동물] 3. 불연으로 방송 탄 이색 동물들
  • 송지희 기자
  • 승인 2019.05.07 14:10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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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서 합장 기도하고 예불 참여…채식하는 고양이도 ‘눈길’

사찰에 사는 반려동물들 답게  
불심 상징하는 행동으로 화제
법당 안 좌복에서 명상하기도 

용흥사 고양이 ‘해탈이’ 가장 유명
예불시간마다 법당 찾는 ‘깜이’
백락사 고양이들도 예불 동참

주인과 종교 달라 혼자 사찰가는
진돗개 신덕이는 목탁까지 쳐
삽살견인 관룡사 백산·청산이는
사찰 문화재 지키는 늠름한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상주 용흥사의 기도하는 고양이 해탈이. 사진 방송 캡쳐.

불교와 인연 맺은 동물들은 이색적인 행동으로 방송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법당에서 합장한 모습으로 기도하거나 예불에 참여하는 등 사찰 반려동물들의 불심을 상징하는 행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중들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각인된 동물은 단연 상주 용흥사의 고양이 해탈이. 2010년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소개된 해탈이는 늦은 밤 법당 안 좌복 위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가지런히 모은 앞발은 마치 합장하는 듯했고 한참동안 부처님을 응시하며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주지 우성 스님은 “합장을 하고 흐트러지지도 않은 채 오랫동안 앉아 졸기도 하고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울지도 않아 ‘4년째 묵언 중’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꽁치 조림과 닭다리 튀김, 고양이용 참치도 마다하고 채식을 고수하는 특이한 식성도 화제가 됐다. 

우성 스님은 당시 해탈이의 이런 행동에 대해 “용흥사 인근에서 상처입고 떨던 해탈이를 데려올 때 묵언과 불살생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탈 보살’로 회자되던 해탈이는 2013년 세연을 접어 안타까움을 전했다. 

비슷한 시기 예불에 참석하는 토끼 이야기도 세간에 알려졌다. 예불시간만 되면 법당을 찾아 기도하는 모습으로 알려진 밀양 표충사의 ‘토보살’이다. 예불 후 법당 벽화에 그려진 토끼 그림을 응시하곤 했는데, 야생동물에게 가족을 잃은 까닭이라는 사연이 밝혀지기도 했다. 스님은 염주 목걸이를 토보살에게 걸어주며 불연을 격려했지만, 방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세상을 떠났다.

2009년 7월에는 저녁 예불시간마다 법당에 와 예불에 참석하는 고양이 깜이가 SBS ‘생방송 투데이’에 출연했다. 서울 봉은사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깜이는 경내 바위 등 그늘에서 조용히 쉬는 경우가 많아 불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다가, 예불시간이 되면 법당에 들어와 예불에 참석하거나 법당 밖에 앉아 기도 소리를 듣는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사료 외에 고기나 육류가 포함된 고양이 간식에는 입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봉은사에는 깜이 대신 깜이를 닮은 고양이와 얼룩 무늬의 미륵이 등이 불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섯 마리 ‘사찰 냥이’와 살아가는 홍천 백락사 주지 성민 스님. 사진 방송 캡쳐. 

홍천 백락사도 ‘사찰 냥이’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스카이펫파크(sky petpark) 프로그램 ‘식빵굽는 고양이-마스코트 다섯 고양이가 사는 절’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지만, 이전부터 애묘인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했다는 후문이다.

주지 성민 스님이 고양이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 길을 떠돌던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키웠다. 고양이는 한 마리 두 마리 늘어났고 방송 당시 멍돌이, 멍순이, (멍)청이, 점돌이까지 다섯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고양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마당에서 평화롭게 햇살을 즐기다가도, 스님이 기도를 시작하면 하나 둘 법당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법당에 편안하게 앉아 스님의 독경 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 신심 깊은 불자 못지않다. 무엇보다 ‘사찰 냥이’를 보기 위해 백락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적막했던 경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모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인과 종교가 다른 ‘불자견’ 신덕이. 사진 방송 캡쳐.

주인과 종교가 다른 진돗개 신덕이는 2014년 KBS ‘생생정보통’에 출연했다. 주인과 함께 집을 나선 신덕이는 갈림길에서 주인과 헤어져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주인은 교회, 신덕이는 사찰이다. 익숙한 듯 사찰 법당으로 곧장 들어간 신덕이는 목탁을 치며 예불 올리는 스님 곁에 자리를 잡고 마치 장궤합장을 하듯 허리를 세우고 두 손을 모았다. 스님이 절을 하면 합장한 채 몸을 낮춰 함께 절을 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신덕이는 예불이 끝난 후 목탁채를 입에 문 채 목탁을 치기 시작해 놀라움을 주었다. 신덕이는 목탁치는 개로 이미 신도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해 그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사찰을 찾는 이들도 있다. 

신덕이의 주인은 “신덕이가 사찰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해 각자 종교생활을 하고 갈림길에서 다시 만난다”며 남다른 이해심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대구의 한 산사에서 키우는 견공 초심이가 매일 가출해 속을 끓이는 스님의 사연도 흥미롭다. 지난해 ‘TV동물농장’에 소개된 초심이는 평화로운 사찰의 사고뭉치 반려견이다. 스님은 ‘문을 꼭 닫아주세요. 초심(개)이가 가출합니다’라는 안내판까지 붙이며 초심이의 가출을 막고자 했지만 소용이 없다. 사찰에 기거하면서도 속세를 향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일까. 생후 2개월부터 정성으로 길렀기에 가족과 다름 없는 초심이지만, 스님이 허리 디스크 수술로 초심이 산책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가출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는 “초심이가 절 밖에 나가도 딱히 멀리 가지는 않는다”며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스님이 가출하는 초심이의 뒤를 좇지 않고 스스로 사찰로 돌아온 초심이를 ‘문전박대’하자 초심이의 가출도 막을 내렸다.

창녕 관룡사의 문화재 지킴이견 백산이와 청산이. 사진 방송 캡쳐.

2015년에는 경남 창녕군 관룡사의 반려견 백산이와 청산이 이야기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백산이와 청산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삽살개로 천년고찰 관룡사가 보유한 문화재를 지키는 ‘문화재 지킴이견’이다. 윤형빈의 ‘팔도견문록-제8회 관룡사 보물을 찾아서’ 프로그램에 등장한 백산이와 청산이는 보물 제212호 대웅전, 제1730호 목조여래삼존불좌상 및 대좌, 제1816호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 등 관룡사 문화재를 설명하는 스님을 따르는 늠름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백산이와 청산이는 문화재 지킴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지 광우 스님과의 돈독한 교감을 토대로 신도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특히 스님은 “백산이와 청산이야말로 관룡사의 보물”이라고 단언했다. 

스님은 “백산이와 먼저 인연을 맺었는데 품에 안기는 순간 보통 인연이 아님을 직감했다, 청산이는 다른 절에서 파양돼 왔다”며 “불교에서는 전생에 3000번은 스쳐야 이생에서 한번 만난다고 한다. 백산이와 청산이가 더욱 소중한 이유”라고 말했다.

순천 송광사 보경 스님과 ‘냥이’와의 인연은 지난해 EBS1 ‘한국기행-여름암자기행’ MBC ‘하하랜드’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갑자기 스님의 삶에 찾아온 냥이는 참선 중인 스님 옆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지키는 등 스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껌딱지’다. 어느새 스님에게도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냥이와의 인연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담은 책도 출간됐다. 보경 스님은 “한 존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며 “스님이 인연에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듣지만 정에 휘둘리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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