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특집] 프로 당구선수 스롱 피아비
[부처님오신날 특집] 프로 당구선수 스롱 피아비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9.05.07 15:49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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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캄보디아 아이들 지원 등 이뤄야 할 목표 많아 행복합니다”

2010년 한국 시집 온 결혼이주민
남편 따라 당구장 갔다 재능 발견
다시 꿈 가질 수 있게 전폭적 지원

입문 2년 만에 각종 대회서  우승
2016년도 프로선수로 정식 등록
현재 국내·아시아 1위·세계 3위

캄보디아 아이들 교육 지원 관심
학교 건립 위해 고향에 부지 마련
한국 다문화 청소년 지원도 계획
스롱 피아비 선수는 경기에 임할 때 부처님을 찾거나 기도하지 않는다. 노력 없는 바람을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은 불자로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즐겁고 행복한 부처님오신날 되세요.”

국내 여자당구 3쿠션 랭킹 1위, 세계 랭킹 3위인 스롱 피아비 선수가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보신문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캄보디아 출신의 피아비는 뛰어난 성적과 상냥한 성격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프로 당구선수다. 지난 3월에는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행사장에 함께해 더욱 유명해졌다.

푸른 새싹과 봄꽃 그리고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 물결 가득한 5월1일 피아비 선수를 만났다. 빌킹코리아 소속의 피아비 선수는 5월의 푸르름을 뒤로한 채 2주 앞으로 다가온 KBF슈퍼컵 3쿠션토너먼트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017년 6월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후 정상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건 이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며칠 전 고향에 다녀왔다는 피아비의 손목에는 캄보디아 스님이 축원하며 걸어준 붉은 실이 선명했다.

그는 21살이던 2010년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이다. 남편 따라 우연히 당구장을 간 것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캄보디아에서는 물론 결혼해서도 처음 가본 곳이었다. 남편은 큐 잡는 법과 공 치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줬고, 가르쳐주는 대로 모두 맞히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켜보던 남편과 지인들이 감탄했고 “처음 쳐보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피아비의 능력을 알아본 남편은 “제대로 해보라”며 동호회 활동을 권했고, 그렇게 당구에 입문했다. 

피아비는 한국으로 시집온 후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어렸을 땐 의사를 꿈꿨다. 하지만 7학년을 마친 후 영문도 모른 채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원망할 겨를도 없이 밭에 나가 일해야 했다. 미래도 희망도 빼앗겼던 피아비는 한국에서 많은 것을 접하고 싶었고, 남편은 그가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1년 6개월 되던 때 첫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실전경험 부족으로 예선 1차전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었다. 그즈음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된 캄보디아 아이들의 모습은 그가 확고히 꿈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피아비 선수는 쉼 없는 연습으로 2017년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후 정상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 

“캄보디아에서 살 때는 내가 가난하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요. 한국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달랐지만 현실에 적응해야 하니 잊고 살았죠.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앙코르와트에서 구걸하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게 됐죠. 가슴이 아팠어요. 왜 캄보디아 아이들은 희망도 꿈도 없이 변함없이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지 눈물이 났어요.”

분노와 슬픔에 잠긴 그에게 남편은 어떤 분야나 최고가 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당구선수로 성공하면 캄보디아 아이들을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면서 흐려지려는 그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목표가 선명해졌다. 보이는 곳곳에 ‘나는 할 수 있다.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겠다’고 써 붙였다. 그때부터 피눈물 나는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20시간 가까이 손에서 큐를 놓지 않을 만큼 독하게 연습했다. 남편 역시 집안일을 도맡으며 피아비가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가 남편을 “부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는 이유다.

당구선수로서의 소질은 오래지 않아 빛났다. 2013년 전국여자동호인당구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거둔 후 2014년 문화체육부장관배 여자동호인당구대회 1위, 2015년 전국3쿠션페스티벌대회 1위, 같은 해 미국 제니퍼심 인터내셔널대회 2위 등 여러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당구에 입문한 지 불과 5년 만인 2016년 그는 선수로 정식 등록했다. 프로 데뷔 후에도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정식 선수가 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된 2018년 3월 터키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11월 아시아여자3쿠션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세계 랭킹도 3위로 껑충 뛰었다.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니 피아비 선수에게 불교는 일상 자체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경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인문학·철학 관련 책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럼에도 경기에 임할 때는 부처님을 찾거나 기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부처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노력한 만큼 분명 결과도 주십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바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죠. 바람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입니다. 그렇기에 노력 없는 바람을 부처님께 기도하지 않습니다.”

2018년 아시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후 큐에 입을 맞추고 있는 피아비 선수.
피아비 선수가 법보신문 독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겠다는 피아비 선수의 꿈은 순항중이다. 지난 1월 구충제 1만개와 학용품을 구입해 고향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또 고향 인근에 학교 건립을 위한 부지 1헥타르를 매입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교육에 있다며 교육지원을 위해 상금과 후원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당구를 통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겠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사업도 준비 중이다. 최근 후원계약을 맺은 동아에스티의 후원금 일부를 대한당구연맹에 기부키로 했고, 이 소식을 접한 대한당구연맹 남삼현 회장이 기부금만큼을 더해 피아비 선수 이름의 자선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수익금은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부처님께서는 ‘1000명과의 싸움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당구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지만 결국 나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힘든 싸움이기에 질 수도 있고, 졌다고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실패를 거울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 뿐입니다. 당장은 세계 랭킹 1위가 목표입니다. 이뤄야 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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