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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만난 큰스님] 중앙승가대총장 원종 스님

학문·수행 열정 가득한 ‘한국의 나란다 대학’으로 도약시킬 터!

행정·수행 두루 겸비한
전형적 외유내강 소유

원전 강학·명상센터 설립
실참실구·정혜쌍수 실현

불교학문 주도해 갈
‘등재 학술지’도 발간

촌음 아껴가며 공부한
‘나란다 학인’ 기억해야

승려들 언행·품위 따라 
불법도 무겁고 가벼워져

청심깃든 모든 일은 ‘불사’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라

원종 스님은 “철학·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스님이란 궁극적으로 수행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제공

인도의 나란다(Nalanda)! 직역하면 시무염(施無厭)이다. ‘한량없는 보시’로 충만한 그곳은 부처님 10대 제자에 속하는 목련존자와 사리불의 고향이기도 하다. 굽타 왕조의 두 번째 왕인 쿠마라굽타 1세(415∼454)가 그곳에 ‘나란다 사원’을 조성하니 이내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기록된 ‘나란다 대학(Nalanda University)’이 세워졌다. 

교수 1000여명에 1만여명의 학승들이 상주하며 공부했던 전당. 매일 100여군데서 강좌가 열렸는데 불경은 물론 인명(因明, 논리)·천문·언어·의학을 넘어 범패·문학·베다까지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신라 출신인 혜초, 혜업, 아리야발마 스님이 나란다 대학에서 공부했고, 법명을 알 수 없는 고구려 출신 9명의 스님도 수학했다고 전해진다. 

‘죽음의 설원’을 넘어 인도 땅을 밟았던 법현 스님은 ‘인도에서 장엄한 궁궐과 절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 어떤 건물도 나란다 대학을 능가하는 건물은 없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인류정신문화의 보고였던 나란다 대학은 13세기 초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에 의해 불탔는데 6개월 동안 그 불길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800년 동안 전승되어 온 문헌만도 실로 엄청났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땅에도 나란다 대학의 웅지를 끌어안은 학교가 서 있다. 조계종립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다. 개교(1979) 40주년을 맞은 중앙승가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데 지난 2월, 이 학교의 총동문회장을 역임한 웅산 원종(雄山 圓宗) 스님이 총장으로 취임했다.

부산 범어사에서 흥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원종 스님은 강화 보문사, 제주 관음사 등의 굵직한 사찰에서 주지 소임을 보았다. 관세음 천일기도를 두 번이나 회향할 정도로 염불수행에 일가견이 있는 원종 스님은 초심호계원장도 역임할 만큼 강직한 면모도 지녔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스님이다. 

중앙승가대 총장 취임 법회에서 원종 스님은 명상센터 설립· 경원 개설·학술지 발간(등재) 등을 담은 청사진을 발표했다. 간화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명상센터는 선(禪), 경율론 삼장을 원전으로 공부하는 경원 개설은 교(敎)에 방점이 찍히니, 중앙승가대가 선교겸수의 산실로 거듭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날 의미 깊은 한 마디를 사부대중에게 전했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인 정신지도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중앙승가대는 개교 20주년을 맞이해 ‘학인들의 생활실태와 학교 발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와 관련 논문을 ‘승가 17호’에 실은 바 있다. 각종학교(各種學校)에서 정규대학으로 승격(1996)한 이후 김포학사 이전(2001)을 목전에 둔 중앙승가대에 바라는 학인스님들의 염원을 직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중 김포학사 이전 후의 발전방향을 묻는 질문에 ‘승가교육 내실화’(32.2%)와 ‘정규대학 면모’(26.7%)에 중점을 두면서도 ‘세계불교학의 중심센터로 발돋움해야 한다’(24%)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시 학인 스님들의 바람과 원종 스님의 일언과 결이 같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나란다 대학’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자 김포에 자리한 중앙승가대 총장실로 걸음 했다.  
 

중앙승가대는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이했다.

범어사 승가대학을 나온(1983) 원종 스님은 중앙승가대도 졸업했다.(1987) 중앙승가대 재학 중 교학국장을 맡은 후 기획실장과 총무처장을 역임했고, 중앙승가대학교 총동문회장과 학교법인 승가학원 이사 소임을 맡았다. 동문으로서 개교 40주년을 맞은 감회가 남달랐을 법하다.  

“국내 유일의 승가교육 전문 기관인 중앙승가대에 40년의 세월이 스몄습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합니다. 이러한 때 총장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중앙종회 의장 범해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이 본교 출신이시고, 현 중앙종회의원 과반수가 중앙승가대 출신입니다. 종단의 큰일도 맡고 있지만,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3000여 승가인들은 그 누구보다 더 투명하고, 더 청정하고, 더 검소하고, 더 봉사해야 합니다.”

원전(原典)으로 불전을 강학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 역점을 두는 연유가 궁금했다.

“언어에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처님 제자임을 자부하는 우리의 의식과 행동은 부처님 말씀이 올곧이 담겨 있는 경전을 통해 반추해 보아야 합니다. 언어의 의미는 고정된 게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이기도 합니다. 청년 때 스쳐 본 시 한 구절도 연륜이 쌓이며 새롭게 다가오듯, 부처님 말씀 또한 수행력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경전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경전은 산스크리트어·팔리어로 전해졌고, 중국의 한자로 새겨져 다시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대중을 리드해가야 할 지도자라면 세 원전 중 하나는 나름의 식견을 갖고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한글 경전에서는 마주하기 어려웠던 보물을 원전의 문맥에서 캐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보물은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킴과 동시에 중생을 제도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한문 원전을 중심으로 한 강학부터 펼치려 합니다. 6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면 2학기부터 시행하려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여건이 수반되는대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원전 강학도 추진하려 합니다.” 

학인스님들의 전문 수행도량인 명상센터를 건립한다는 건 실참실구(實參實究)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터다.

“철학·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스님이란 궁극적으로 수행자이어야 합니다. 학인 때부터 수행하는 법을 터득해 간다면 졸업 후 일상에서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의 인격을 성숙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수행이 최고라 확신합니다. 수행력이 높아질수록 진리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명상센터는 실참실구·선교겸수의 메시지를 담은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중앙승가대가 품어야 할 나란다 대학의 정신은 무엇일까?

“나란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유학하러 왔던 젊은 학자들이 입학 과정에서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는데 ‘대당서역기’에 따르면 그 수가 10명 가운데 7∼8명이나 됐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2∼3명도 대중들과 논의하다 보면 점차 예리함이 꺾여 입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학문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만이 입문할 수 있었던 겁니다. 나란다 대학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 명성 또한 하루아침에 세워진 게 아닌 겁니다.”

학인들의 치열함을 말하고 있음이다. 스승으로부터 배운 지식·수행을 완전히 체득할 때까지 촌음도 아껴가며 공부했던 나란다 대학의 승려들을 떠올려 보라는 뜻이다.

“인도 나란다 대학의 교육시스템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게 티베트 불교입니다. 8세기를 전후해 인도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인도불전들을 티베트어로 번역하고 나란다 대학의 율의와 경전, 수행체계를 계승했습니다. 학문·진리를 향한 뜨거운 열정도 이어받은 티베트 불교입니다. 티베트 사원(강원)에서는 지금도 대론(對論)을 펼치는데 한 사람이 굴복할 때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불교대표 학술지를 발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연유를 헤아릴 수 있겠다. 불교학에 관한 한 중앙승가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학인·학자들에게 학술지는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고귀한 학술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당대는 물론 후대들에게까지 전합니다. 지식의 축적 수단을 넘어 한 학문 분야, 한 대학, 한 나라의 학문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중앙승가대를 통해 치열하게 논의된 학문적 성과·업적들을 사부대중과 후학들에게 전하려 합니다. 올해 안에 발간해 3년 안에 등재 학술지로 발돋움 시켜보려 합니다.”

학교의 내실을 다져 수행자로서의 품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배출해 내겠다는 원력이 읽혀진다. 근래 불자들이 감소하고 불교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깊다. 존경과 신뢰를 받는 불교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은 어디서 띠어야 하는 것일까?

“승중즉법중(僧重即法重)하고 승경즉법경(僧輕即法輕)이라 했습니다. 수행자가 무거우면 부처님 법도 무겁고, 승려들이 가벼우면 부처님 법도 가볍습니다. 불법이 고귀해도 승려들이 천박한 언행을 일삼으면 불법도 천박해지는 법입니다. 항상 신·구·의 삼업을 청정히 하고 계율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정진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중생(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불교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유의 숲’이라 명명하고 싶은 교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사부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오셨습니다. 불자들이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웃과 나누려는 그 마음이 불심(佛心)이다. 원종 스님도 몽골에 마음 하나를 나누어 왔다. 

몽골 전 국토의 91%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에서 서쪽으로 약 190km 떨어진 곳에 바양(‘많은’) 노르(‘호수’) 솜(군·郡)이 있다. 직역하면 ‘호수가 많은 동네’인데 실상은 그 많던 호수들이 메말라 가고 현재 서너개 정도만 남아 있다. 호수를 복원하고 수자원 고갈을 막기 위한 한국단체가 출범했는데 ‘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가 대표적이다. ‘푸른 지구’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연대가 나무를 심기 시작한 건 2009년인데 원종 스님(현재 푸른 지구 공동대표)은 푸른 지구 대표인 인명진 목사와의 인연으로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도 몽골을 찾아가 힘을 보태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심는다고 해서 호수가 살아나겠느냐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저 혼자 나무를 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표조사 결과 나무를 심은 호수는 살아나고 있다. 이제 곧 새 생명들이 그 호수에 깃들 것이다

수행자로서 지침으로 삼는 선·경구를 청하니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일언을 전했다.

“심청정(心淸淨), 신청정(身淸淨), 도량청정(道場淸淨), 세계청정(世界淸淨)! 청정한 마음으로 한 일은 모두 불사(佛事)입니다.”

원종 스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은 청정심이 중앙승가대 교정에 가득해 질듯하다. 그러고 보니 총장으로서 가진 원종 스님의 포부는 대학헌장의 맥에 닿는다.  

‘불교학 및 관련학문의 원리와 실천방법을 교수·연구하고 신심과 원력으로 정혜(定慧)를 쌍수(雙修)하게 하여, 지혜와 자비의 실천행으로 불교를 연포(演布)하고 중생을 교화해서 인류의 안락을 증진하는 선지식(善知識)을 양성하는 데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이다. ‘한국의 나란다 대학’으로 도약하려는 이 도량에서 세계적인 정신적 지도자가 배출될 날을 기다려 보자!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원종 스님은

- 1983년 범어사 승가대학 졸업.
- 1987년 중앙승가대 졸업.
- 2009년 동방불교대학원 명예문학박사
- 1999년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학교법인 승가학원 이사
- 2008년 사회복지법인 자비원 이사장.
 -2009년 사)푸른지구 공동대표.
- 2010년 사)나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 2019년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이사장.
- 조계종 종정상(1983), 황희문화상 정신문화부문 대상(1998), 경찰청장상(2006), 티베트 법왕청 세계불교 평화상 대상(2008) 수상.    
- 저서로는 ‘불교보감’ ‘어리석은 친구와 짝하지 말라’ ‘범망경(깨달음으로 가는 길)’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 등이 있다.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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