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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소는 또 다른 연등

  • 기고
  • 입력 2019.05.07 17:14
  • 수정 2019.05.07 17:16
  • 호수 1488
  • 댓글 0

우리는 부처님이 될 불성 지닌 존재
고통 멸하겠단 선언은 곧 우리 발원
화안애어 보시하며 보살의 길 걷길

올해는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지 2563년이 되는 해입니다.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연등의 물결이 깊은 산사에서 도심까지 화려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연등회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제등행렬 및 축하 행사들이 불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이역만리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세월의 바람을 타고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불교를 전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수많은 순교자와 구법승들이 있었기에 이 땅에 부처님의 말씀이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한국불교의 황금기였던 신라와 고려의 쇠락 이후에는 엄청난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 조선왕조에 의한 불교탄압은 무려 500년의 법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참혹한 규제와 수탈, 기독교 전파에 혈안이 됐던 미군정의 암흑 같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지금의 한국불교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헤아릴 수 없는 시련에도 한국의 대표종교로 불교가 자리매김한 것은 스님들과 불자들의 헌신과 위법망구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불기 2563년입니다. 새삼스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시자마자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온 세상이 모두 고통스러우니 내가 마땅히 이를 평안케 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을 불자(佛子)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모두 불성을 지닌 중생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우리는 부처님의 자식이므로 결국에는 부처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온 세상이 모두 고통스러우니 내가 마땅히 이를 평안케 하리라”라는 부처님의 선언은 곧 결국 우리의 선언이기도 합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중생구제의 서원을 새긴 보살의 길을 말합니다. 대승불교의 수행법인 육바라밀(六波羅蜜)에서 첫 번째가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겁니다. 보시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시(三施)라고 해서 재시(財施)와 법시(法施), 그리고 무외시(無畏施)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시는 재물을 보시하는 것을 말하고, 법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무외시는 두려움과 공포에 처해 있을 때 이를 덜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보시는 재물보시에 치중돼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빠듯한 처지를 생각하며 남을 도울 여력이 있을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말씀하셨습니다. 재물 없이도 할 수 있는 7가지 보시입니다. 그러나 기억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쉬운 보시, 즉 보살의 삶은 어떤 게 있을까요? 문수동자의 게송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중생심이 가득한 우리에게 보살의 길이나 보시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한 발자국도 떼기 어렵습니다. 문수동자의 게송을 기억하며, 먼저 주변 사람을 환한 미소를 대하면 어떨까요. 성내지 말고 부드러운 말로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세상을 평안케 하는 거룩한 일도 환환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부터 시작됐을 것입니다.
 

김형규 대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상을 밝혔던 연등이 꺼지면, 우리의 아름다운 미소와 부드러운 말이 연등을 대신해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그런 삶을 우리 함께 서원해 봅시다.

kimh@beopbo.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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