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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의식 무의식, 실수 복소수-상

기자명 강병균

의식과 무의식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몸

복소수 이용해 많은 문제 풀 듯
의식 아닌 무의식에서 풀리기도
새 패러다임 존재는 늘 열려있어
깨달음이란 의식과 무의식 통합

양자물리학자 폴리(Wolfgang Pauli)의 꿈에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의 관계가 실수(real numbers)와 복소수(complex numbers) 사이의 관계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실수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고, 복소수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의 제곱근은 한 변의 길이가 1인 이등변직각삼각형의 빗변으로 존재하지만, 음수인 -2의 제곱근은 어디 존재하는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실수에 대한 난제들은 복소수를 이용해 풀 수 있다. 실수만 이용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복소수를 이용하면 풀린다. 이 점에서 복소수의 세계는, 빙산의 끝이라는 실수 세계 밑에 깔린, 빙산의 몸통이다.

마찬가지로 의식의 세계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무의식 세계에서 풀리기도 한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의식의 출현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전에는 무의식의 존재를 몰랐다.) 생물의 활동은 대부분이 무의식적이다.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는 생물은 드물다. 인간의 정신활동도 대부분이 (9할 이상이) 무의식의 활동이다. 35억 년 진화의 과정에서 축적되고 개발된 수많은 소프트웨어(1억 개가 넘을 수 있다)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성을 보고 가슴이 뛰는 것은 당신의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다. 당신의 의식과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순식간에 일어나는 자동적인 현상이다.

피타고라스는 자연수와 유리수만 인정했지 무리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모든 수는 자연수의 비율로 표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제자 한 명이 (전설에 의하면 히파수스[Hippasus of Metapontum]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라는 전설도 있다) 무리수 를 발견하고 그걸 누설하였다가 벌로 바다에 던져져 익사했다. 이것이 무리수라는 것은 중학교 수학 지식만 있으면 귀류법을 이용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플라톤은 저서 테아에테투스(Theaetetus)에서 테오도루스(Theodorus of Cyrene)가 어떻게 이 무리수라는 걸 증명했는지 밝히고 있다. 수에는 실수 이외에도 복소수(complex numbers)가 있고 4원수 쿼터니언(Quaternion)도 있다. 어디까지를 수라고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쟁이 있었다.

복소수는 상상의 수(imaginary number) 또는 허수(虛數)라고 불리기도 한다. 수는 본시 길이·면적·부피·밀도·온도 등 양(量)을 나타내는 것인데,  등 음수의 제곱근은 도대체 무슨 양(量)을 나타내느냐는 의문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즉 이름만 수(數)이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좁은 의미로 수를 파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수란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복소수는 양자물리학 전자기학 등에 필수적이다. 특히 파동을 기술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GPS(위성항법장치)와 일기예측에도 쓰인다. 4원수는 만화영화나 컴퓨터그래픽에서 대상의 회전이동과 이미지 확장에 쓰인다. 즉 4원수가 없이는 토이 스토리나 주라기 파크 등의 영화가 불가능하다.

세계의 이면에는 숨겨진 질서와 법칙이 있다. 현상 밑에 질서가, 질서 밑에 다른 질서가, 그 밑에 또 다른 질서가 끝없이 펼쳐진다. 무한 중첩 마트로시카(러시아 인형)이다. 중중무진법계이다. 물리학의 세계와 수학의 세계가 그렇다. 끝없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모두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존재를 부인하면 안 된다. 자연은 마치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식과 두뇌(인식)의 열림과 발달은 끝없는 경이와 신비로 인도한다.

의식과 무의식은 대립·적대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몸이다. 마치 실수와 순허수가 복소수 체계의 일부이듯이. 깨달음이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불교적으로는 자체 힘을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종자식(種子識 알라야식)의 힘에서 벗어나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진화론적으로는 35억 년간 우리 몸과 마음, 즉 생체유전자와 문화유전자(밈 meme)에 축적된 동물적인 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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