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학자가 써 내려간 1700년 한국불교사 내면
불교사학자가 써 내려간 1700년 한국불교사 내면
  • 권오영 기자
  • 승인 2019.05.09 14:54
  • 호수 1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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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섭 교수, ‘한국불교사 궁구’ 발간
고대불교 수용서 근대불교 중흥기까지
시대별 불교 변화·발전과정 집중 조명
“한국불교사는 한국사 마중물이었다”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에 전래된 불교는 이후 1700여년간 한국인들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불교의 중도 연기적 세계관은 한국인들의 삶에 있어 질서이자 문화가 됐으며,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떻게 성숙해야 하며,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남이 됐다. 또한 불교는 한국인들에게 철학하는 법과 사유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며, 한국인의 국가관, 윤리관, 생사관, 예술관, 복식관, 음식관, 주거관 등 한국사상과 전통문화의 구심점이 됐다. 그렇기에 한국불교사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사는 물론 한국사상사를 깊이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한국불교사학회 한국불교사연구소장)는 최근 고대불교의 수용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사를 관통하는 주요사건들에 대한 저자의 기존 논고들을 시대 순으로 모아 학술서적 ‘한국불교사 궁구 1·2’(씨아이알)를 발간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한국불교사연구’ ‘한국불교사탐구’에 이은 세 번째 한국불교사 연구시리즈이다.

‘한국불교사 궁구’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는 1700년 한국불교사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내보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한국불교사는 1700여년간 드높은 산맥을 융기시켜냈기에 무한한 광맥을 머금고 있고, 이 때문에 ‘끝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대불교, 전래와 수용 및 공인과 유통 시대’ ‘고려불교, 심화와 확장 및 내화와 외화시대’ ‘조선불교, 자립과 자생 및 선지와 교문시대’ ‘대한불교, 국난과 법난 및 재구와 부흥시대’의 4부로 구성된 책은 한국불교가 이 땅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렸고, 어떻게 전개됐으며, 어떻게 중심이 됐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고대불교의 전래와 수용을 조명한 1부 ‘고대불교, 전래와 수용 및 공인과 유통시대’에는 총 8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한국고대불교의 형성과 지형’에서는 실크로드를 거쳐 전해온 고대불교가 어떤 지형도를 그렸으며 어떤 인물에 의해 주도됐는지를 고찰했고, ‘가야불교의 시원’에서는 ‘가야’라는 명칭의 어원이 부처님의 오도처인 부다가야에서 기원했음을 주장했다. ‘신라 원측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에서는 신라 왕손이었던 원측이 출가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구역 유식을 배우고 다시 신역 유식까지 아우른 뒤 신라 유식학의 비조로서 중국 등 동아시아 불교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명했으며, ‘신라 중대의 선법 전래와 나말 여초의 구산선문 형성’에서는 신라 중대에 전래된 북종선법과 나말 여초에 형성된 구산선문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고려불교를 다룬 2부에서는 의통, 균여, 보조, 일연 등 당대 고승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면서 고려불교의 성장과 확장 과정을 소개했다. 또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고승들을 전수 조사해 성사로 기술된 스님들의 살림살이 특징과 사상에 대해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승군의 역사와 성격’을 통해 승군이 인도, 중국 등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불교의 특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려 승군과 수원승도 및 조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참여했던 의승군의 역할 등을 조명했다.

조선불교를 다룬 3부에서는 숭유억불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 노력한 허응보우, 청허휴정 스님의 삶과 사상을 고찰했다. 이를 통해 조선불교가 국가의 공식적 지원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성장한 풀뿌리 자생불교이자 자립불교였고, 선지와 교문이 또렷이 구분되고 확립된 시대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임란과 호란을 거치며 유교 성리학의 재편과정에서 실학운동이 왕성하게 펼쳐질 때 조선후기 불자들이 어떻게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불학과 선학의 미래를 모색해갔는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대한불교, 국난과 법난 및 재구와 부흥시대’를 주제로 한 4부에서는 대한제국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자들이 국난과 법난을 극복하고 교단을 재구성하면서 불교를 부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조명했다.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초기의 시대를 살았던 경허 스님이 불사와 결사를 통해 불교를 부흥해 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생들의 불교연구와 귀국 후 활동, 스님이자 독립운동가, 교육자였던 백성욱 박사의 학문적 기반과 사상적 구조를 소개했다. 또 청담 스님과 성철 스님의 불교 정화인식과 오대산 월정사를 거점으로 복원불사에 매진했던 희찬 스님의 삶을 조명했다.

이렇듯 ‘한국불교사 궁구’는 오랜 기간 한국불교사를 전공한 저자의 깊은 안목을 바탕으로 한국불교사의 숨 가팠던 사건 하나하나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한 책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한국불교사가 한국사의 마중물이 됐으며 한국사는 한국불교사와 한우물이 됐음”을 역설하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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