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불자들 쫓아낸 미륵사지 준공식
스님과 불자들 쫓아낸 미륵사지 준공식
  •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 승인 2019.05.10 13:37
  • 호수 1489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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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식 끝난 후에 행사장에 들어와라”
스님·불자 특정해 방송으로 퇴장 요구
“문화재청·시청 행사…뭐가 문제냐” 항변

익산미륵사지 석탑이 2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4월30일 준공식이 열린 미륵사지에는 스님 100여명과 1000여명이 넘는 불자들이 이 뜻깊은 순간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는 식전공연과 1부 준공식, 2부 준공법회로 진행됐다. 식전공연 시작 10분 전 ‘익산시청’ 명찰을 달고 있는 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금산사 실무자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초청한 인사가 자리가 없어서 서 있어야 될지도 모른다” “뒤쪽(일반석)에 앉아있는 스님들과 불자들은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이었다.

행사장 좌석은 두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가이드라인이 쳐져있는 150여석의 내빈석과 500여석의 일반석이었다. 내빈석은 아직 텅 비어 있었고 일찍 도착한 스님들과 불자들은 아무런 표시가 없는 일반석 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금산사 실무자에게 바로 이 일반석에 앉아있는 스님과 불자들을 내보내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스님이 “왜 비키라는 것이냐”고 항의를 했다. 이 관계자의 대답은 귀를 의심케 했다. “문화재청 행사를 먼저 하고 법회는 나중에 하니 스님과 신도들은 법회 시간이 될 때까지 쉬었다가 다시 오셔라.” 스님과 불자들을 ‘콕’ 집어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스님이 초청장을 보여주며 “나도 문화재청에서 초청장을 받고 왔다”고 했으나 시청 관계자는 막무가내였다. “초청장은 여러 곳에서 보냈으니 문화재청 관계자가 아니라면 자리를 비켜줄 것”을 거듭 재촉했다. 결국 이런 소란이 이어지며 30여명의 스님들과 20여명의 불자들은 행사장을 벗어났다. 그 뒤로도 “스님과 불자들은 법회 시작 때까지 그늘에서 쉬라”는 방송이 다섯 번이나 흘러나왔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준공식은 문화재청과 시청이 주관한 행사니 스님과 불자들은 빠지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시청 관계자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본 행사는 문화재청과 익산시청이 주관하는 일이니 스님과 불자들은 초청 인사들을 위해 당연히 비켜줘야 한다”고 했다.

보다 못해 취재를 위해 참석한 내가 “스님들과 불자들도 준공식에 참석하러 왔고 내빈석도 아닌 일반석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정해서 스님과 불자들을 행사장에서 내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시청과 문화재청의 방침인가. 책임자가 누구인가” 확인을 요구했다. 이후 만나는 공무원마다 문화재청과 익산시청, 전북도청으로 서로 책임을 떠넘길 뿐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본행사인 준공식은 문화재청, 익산시청, 전라북도청이 주관하고 법회는 부대행사니 스님들과 불자들은 법회 때 오면 된다”며 준공식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잠시 후 ‘책임자’라며 등장한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무엇이 문제냐” 도리어 얼굴을 붉혔고 “바쁘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들에게 스님과 불자들은 미륵사지, 미륵사지 석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스님과 불자들은 준공식에 참석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님과 불자들은 행사장에서 나가달라”는 말이, “그게 무슨 문제냐”는 항변이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륵사지는 주춧돌만 남아있지만 명백한 사찰이다. 무엇보다 미륵사지 석탑은 문화재이기 이전에 수천 년의 신심이 담긴 예경의 대상이다. 문화재의 복원과 계승은 외형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되살리고 계승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없다면 석탑은 그저 돌무더기일 뿐이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했다며 거창하게 준공식을 거행한 문화재청과 익산시청, 전북도청의 관계자들에게 과연 미륵사지와 석탑은 무엇이었을까. 미륵사지 준공식에서 벌어진 이 기막힌 현장이 불교문화재를 대하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와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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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해 2019-05-12 13:53:15
글을 보면서 처참한 이 심경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미륵사지는 문화재이기 전에 불교의 역사입니다.
불교가 있었기에 미륵사지가 있는데 전라북도 관계자들이 어쩜 저럴 수 있는지 화가날 뿐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이 힘을 합해서 소리를 내야할 때입니다.
우리 불교의 힘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 기사에 힘을 실어주세요.

유진 2019-05-10 23:25:07
문화재라고 하는 것, 특히 문화재 보존에서 보존철학은 보존의 원칙과 보존윤리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미륵사지석탑을 향한 이와 같은 처사는 기본적으로 보존철학에 내재된 '가치'(라이프, 나라 헌장, 게티 보존 연구소, ICC등의 보고서 중에서 특히 정신적가치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게 논의 됨)에 대한 몰지각한 행동으로 판단된다.
또한 불교문화재(이하 성보)의 정서적, 순화적 가치와 별도로 성보는 시대를 뛰어넘는 불자들의 간절한 바람들의 집합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륵사지는 백제가 멸망하더라도 유지되었으며 그 사이 모진 세월을 이겨내어 현재에 우리들 앞에까지 당당히 버티고 있는 성보이다. 또한 이와 같은 성보는 공덕의 발원이며 이 공덕은 결과적인 열반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유진 2019-05-10 22:08:40
이전의 한일 반가사유사상 전시문제였을 때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측의 미흡한 대처로 여러 불상사가 발생하였음에도 이와같은 성보에 대한 태도는 다시금 종단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할 수있다.

유진 2019-05-10 23:24:11
백제 미륵사지 사리봉영기에는 분명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다.

七世久遠 並蒙福利 凡是有心 俱成佛道
칠세(七世)를 영원(永遠)토록 다함께 복이(福利)를 받고, 모든 중생들이 다함께 불도(佛道)를 이루게 하소서. -고 김상현선생님 번역-

즉, 미륵사지는 이와 같이 불교의 근본가르침인 열반인 불도를 이룸에 있어서 마음있는 중생들의 성불을 발원하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같은 기륵이 분명 명시 되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선인들에 대한 몰지각한 이해임을 방증하는 결과로 밖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앞으로 문화재 관계자들은 특히 성보를 마주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을 요구하는 바이며, 성보에 대한 이해가 촉구된다.

csy2163 2019-05-13 20:24:24
기사를 읽으며 비유하나가 생각납니다.
" 뱀의 꼬리가 어느날 뱀머리에게 머리너만 맨날 앞에가고 꼬리인 나는 뒤에 따라만가니 이제내가 앞장서서 가겠다고 고집피우며 꼬리가 막 앞장서서 가다가 불구덩이에 떨어저 그만 뱀은 죽어버린다는 <자타카>의 한 내용이 얼핏 생각납니다.
무언가 전도되어도 한참 잘못된것같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조차도 이해못하는 관계당국의 실무자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