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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씨가 불자였나요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05.14 10:30
  • 수정 2019.05.15 07:14
  • 호수 1489
  • 댓글 7

웹툰 ‘초월’ 연재 관심 모았지만
‘불자’ 갖는 정체성에는 의문
불자대상, 취지 부합할 때 빛나

조계종 불자대상은 불교계 최고의 상 가운데 하나다. 이 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살아가려는 수많은 불자들 중 가장 모범적인 이에게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1만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불자대상을 시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올해 불자대상에는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이현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김병주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전원주 방송인이 선정됐다. 홍윤식 교수는 1970년 불교미술공모전 창설 주도를 시작으로 불교미술 및 불교민속 연구 업적, 불교의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불자대상 수상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또 1984년 임관 이후 군 법당 순회법회와 간부불자 수련회 등을 통해 군불교의 위상을 높인 김병주 부사령관, 늘 불자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불교NGO단체 홍보대사 등 불교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전원주 방송인도 불자대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만화가 이현세씨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가 불자라는 사실에 반가움을 표하는가 하면 유명세에 편승한 선정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선들도 없지 않다. 1979년 월남전을 다룬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등단한 이현세씨는 명실상부한 한국만화계의 거장이다. 1983년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지옥의 링’ ‘활’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아마게돈’ ‘천국의 신화’ ‘버디’ 등 수많은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까치와 엄지라는 한국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작품성까지 갖춘 만화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한국만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한국만화가협회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을 맡은 것도 만화에 대한 그의 전문성과 열정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이런 그가 지난해 3월 은평구 등 제의로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웹툰 ‘초월’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해 큰 관심을 모았다. ‘초월’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독립운동이야기를 천년고찰 진관사의 국행수륙대재와 연계해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5회 분량이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게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고 젊은 층에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뜻깊고 한국 만화계 거장의 작품이더라도 ‘불자대상’ 선정까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은 ‘불자’라는 단어가 갖는 정체성 때문이다. 고향이 경주인 그는 부모님이 불심이 깊었다고 하니 그 영향이 자연스레 스몄을 수 있다. 또 부모님과 사찰에 다녔던 추억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현세씨의 수많은 작품에서 ‘초월’을 제외하고 불교적인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기독교재단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불자로서 활동했다거나 불교계를 위해 기여해왔다는 내용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불자대상 심사과정에서 이현세씨가 불교에 호감을 갖고 있고 ‘초월’이라는 좋은 작품을 그려준 감사의 마음이 작용했을 수 있다. 혹은 불자대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불자답게 살았으면 하는 기대가 담겼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이건 제정한 취지에 부합할 때 빛난다. 그렇지 않으면 상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이재형 국장

2004년 제정된 불자대상은 그동안 스포츠 스타, 연예인, 명망가들이 주로 상을 받으면서 성공한 이들을 위한 훈장으로 변질돼왔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불자대상은 말 그대로 ‘불자’에 무게감이 실려야 한다. 불교계에서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특별상을 만들어 시상하면 될 일이다. 불자는 삼귀의와 오계를 수지하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겠다고 서원을 세운 이들이다. 그렇기에 불자라는 단어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불자의 기준이 모호하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시대에 종단이라도 적극 나서 불자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으로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mitra@beopbo.com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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