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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일체법의 분류방식③

현상에 대한 분석적 방식을 토대로 무위로 향해

무루는 도제와 멸제에 의해
더이상 번뇌 자라는 일 없어
간택은 분별해 아는 반야지
택멸은 번뇌서 풀려나는 것

‘구사론’에서 일체법의 분류방식인 온·처·계는 법의 체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그 차별성이 인정된다. 

예컨대 ‘구사론’의 ‘계품’에서는 제법을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유위(有爲)와 무위(無爲)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때 5온은 유위법이고, 번뇌에 물들어 있는 오취온은 유위이면서 유루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구사론’은 제법을 유위와 유루에 초점을 두고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거기서 (5)蘊에 의해 모든 유위법들이 포섭된다. (5)取蘊에 의해 모든 유루법들이 (포섭되고), (12)處와 (18)界에 의해 모든 법들이 포섭된다. 한편 좀 더 간략하게 이해되면, 온·처·계에 의해 모든 법이 포섭된다. (즉) 색온(色蘊), 의처(意處), 그리고 법계(法界)에 의해 모든 법이 포섭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유위법은 오온에, 유루법은 오취온에, 그리고 일체의 법(有爲·無爲)은 12처와 18계에 포섭된다. 다시 말해서 제법은 연기적 관점에서 인과관계의 적용여부와 번뇌에 의해 오염되거나 집착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세부적으로 구별된다. 사실 일체는 온·처·계에 포섭된다는 의미로서, 이러한 온·처·계의 가르침은 크게 승의와 세속을 모두 포함한다. 즉 우리는 온·처·계라는 제법분별의 가르침을 통해서 무루(無漏)의 반야지(般若智)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구사론’은 바로 제법의 현상에 대한 분석적인 방식을 토대로 무위(無爲)로 향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특히 ‘구사론’에서 일체법은 4성제의 구조 속에서 체계적으로 분류된다. 예컨대 유루법은 4성제 가운데 유위법에 속하는 도제(道諦) 이외의 조건 지어진 법(有爲法), 즉 고제(苦諦)와 집제(集諦)를 말한다. 무루법은 오염되지 않은 도제와 3가지의 조건 지어지지 않은 법(무위법), 즉 멸제(滅諦)을 말한다. 사실 무루인 도제나 멸제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번뇌(漏)가 생기기는 하지만, 그것들로 말미암아 번뇌가 더 이상 자라는 일은 없기 때문에 무루라고 한다. 무루법 가운데 멸제(滅諦)에는 3종의 무위가 있다. 

즉 그것은 ①허공과 ②택멸(擇滅), ③비택멸(非擇滅) 등이다. 

이러한 무위법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3가지 무위법 가운데 우선 ①‘허공’은 ‘본질적으로 걸림이 없는 것으로서 물질적인 존재의 움직임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②‘택멸’은 아비다르마의 분석적인 지혜의 본령을 나타내는 것인데, 즉 ‘지혜에 의한 소멸로서 유루의 현상들로부터 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구사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제 등 [4]성제의 하나하나에 대해서 가려 아는 것이 ‘간택(簡擇)’으로 수승한 반야지를 말한다. 즉 이러한 ‘가려 앎에 의한 소멸’이 ‘택멸(擇滅)’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소가 끄는 수레’에서 ‘끄는’이라는) 가운데 구(句)를 생략하고 ‘소수레’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

요컨대 ‘간택’은 사성제에 대해서 분별하여 아는 뛰어난 반야지를 말하는데, ‘택멸’은 ‘소수레’의 합성원리와 같이 뛰어난 반야지에 의해서 번뇌 등에서 풀려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택멸은 유루의 현상들에 묶여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풀려나는 것도 많이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제를 봄으로써 없어지는 번뇌를 소멸시키자마자 그와 동시에 일체 번뇌를 소멸시킨다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③‘비택멸(非擇滅)’은 ‘지혜에 의하지 않은 소멸’인데, 즉 이 비택멸은 택멸과는 다르게 결과를 생기하는 원인이 결여됨으로 인해 생기는 일시적인 열반을 의미한다. 

결국 온・처・계의 유위와 유루 등의 일체의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이해, 아울러 아비다르마의 분석적인 지혜는 무위의 택멸, 즉 무루의 반야지에 의해 획득되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마중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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