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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처님의 효

기자명 법장 스님

계와 효는 하나, 효행하지 않으면 깨달음 불가

대승불교 범망경 효 중요시 해
천태지의, 효행이 곧 청정수행 
효행하면 그 집에 제석천 상주
가족, 연기적 삶으로 행복추구

불교는 한때 출가를 하는 종교라는 선입견 때문에 동양의 ‘효(孝)’와는 다소 동떨어진 종교로 취급 받아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이라는 탄압을 받기도 했었다. 불교의 구성원인 비구, 비구니는 독신 출가자로서 한 평생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출가수행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을 떠나 삭발을 하고 바깥세상에서 살아오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출가수행자로서의 삶을 추구해가는 것이다. 

이런 출가제도와 비구, 비구니의 모습을 얼핏 보면 자신만을 위해 가족을 떠난 이기주의자와도 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이유로 오랜 시간 불교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불교는 자신만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가족을 방치한 채 출가하는 그런 종교가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대승불교권에서는 보살사상이 강조되며 가족을 비롯한 모든 이들과 함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행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특히 대승불교의 계율을 대표하는 ‘범망경’에서는 계(戒)와 효(孝)를 하나로 보고 ‘효순(孝順)’을 하지 않는 자는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 천태지의 대사는 “부모에게 효가 되는 일과 효를 행하면 그 사람의 집에 제석천과 대범천이 머물 것이며 지극한 마음으로 효도를 한다면 부처님께서 그 집에 계실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청정하게 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수행이 되는 것이며 이런 사람은 모든 천신과 부처님이 보호해주신다는 것이다.

또한 신라 태현 스님은 “효를 일컬어 계라 하고 제지(制止)라고도 하니 효는 모든 행의 근본이기에 모든 왕의 중요한 도리이다. 계는 모든 선함의 기본이고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다. 선함은 이로부터 생기기에 효를 계라 하고 악함은 이로부터 사라지니 제지라고 한다. 그렇기에 효와 계는 이름은 다르지만 그 뜻은 같다”고 하여 청정한 계행을 닦는 것과 부모를 바르게 모시는 효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불교의 수행자가 되는 계율에서도 효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효는 부모에 대한 효는 물론이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대한 효를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인연법과 연기법에 의해서 존재하고 이어져 간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효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상을 가지고 바라본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과거로부터 수없이 쌓여온 인연 중에 그 관계가 더없이 깊고 깊었기에 맺어진 관계인 것이다. 우리는 항상 부모님의 사랑과 염려 속에서 성장하고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은 다시 자식들의 사랑과 돌봄으로 살아가는 연기적 삶 속에 있다. 그렇기에 가족이 아프면 마치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아파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자신의 일보다 더욱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과 우리는 이런 인연과 연기법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같이 가족 간에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시간이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도 부른다. 마침 우리나라는 ‘부처님오신날’도 5월로 정해져 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다양한 행사와 연등축제가 준비되어 있다. 많은 불자님들 중에 대부분 어머님들이 사찰을 자주 찾으신다. 5월의 맑고 푸르른 날 언제나처럼 어머님만 홀로 절을 찾게 하지 말고 부모님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좋은 기회로써 함께 사찰을 찾아 여러 행사에도 참여하고 부모님과 그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한다면 보다 가슴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청정한 수행이고 부모님과 함께 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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