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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수행 샤나한(39, 입지)-상

기자명 법보

대학 졸업·취직·성공·연봉 좇다
훌쩍 미국으로 떠나 사업 시작
격무와 계속되는 번뇌로 불면증
노산사 영화 스님과 인연 만나

39, 입지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취직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안정적 직장을 얻으면 된다고 해서 했는데, 다음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성공을 위해 달리고 회사에서 큰 성과를 이뤄도 연봉은 정해져 있고, 매년 연봉 인상을 받아도 며칠 되지 않는 휴가와 아무리 노력해도 목돈을 모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다고 주목받으며 성장했고, 다른 사람들보다도 10배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것 같았는데…. 인생이 이렇게 무의미하고 허무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택이 필요한 시점, 결단을 내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방 두개에 옷을 챙겨 미국으로 훌쩍 떠나왔다. 멀리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점검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자금, 인맥, 신용 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혼자 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 없이 혼자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니 쉽지 않았다. 매일 10시간 이상씩 업무에 매달렸고, 이른 아침까지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마음의 안정과 조화를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자기 개발 세미나에도 가보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던 이들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저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물론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글도 보게 되었다. 

세미나에 3일 동안 참가했을 때, 갑갑했던 마음이 확 풀리는 듯한 경험을 하였다. 그러나 매일 겪어야 하는 여러 사업적인 문제와 인간관계에 부딪히다 보니 그 효과는 한계가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던 순간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그때뿐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던 중 집에서 20분 거리인 ‘로즈미드시(Lu Mountain Temple, 노산사廬山寺)’에서 열리는 무료 참선 교실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불면증 문제로 시달리고 있던 나에겐 토요일 아침 명상교실에 참여하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매일 밤 누우면 잠이 들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아침 동이 틀 때 겨우 잠드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다음엔 꼭 가야지, 다음 주는 반드시 가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이렇게 해서는 내 인생이 변할 수 없지!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꼭 가서 명상을 배울 것이다”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어느 날 드디어 금요일 밤을 꼴딱 새우고, 토요일 아침에 노산사로 향했다. 

2012년, 처음 이렇게 영화 스님이 계신 노산사에서 참선을 배우게 됐다. 중국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 등 선가 5종 법맥을 이은 허운 스님(1840~1959)으로부터 그 중 가장 오래된 선가인 위앙종의 법맥을 이어받은 선화 스님(1918~1995)은 미국으로 오셔서 뛰어난 스님들을 많이 배출하셨다. 영화 스님은 이런 선화 스님을 만나서 출가한 마지막 세대 스님들 중 한 분이다.  

선화 스님은 1947년 보타산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1949년 홍콩으로 건너가 교화하면서 선종, 교종, 율종, 밀종, 정토종을 고루 선양했다. 1956년 허운 스님 법맥을 이어 중국 위앙종 9대 조사로서 ‘선화(宣化)’라는 호를 받았다. ‘상인(上人)’은 중국에서 큰스님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영화 스님은 선화 스님을 만나 1995년 출가해 1999년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대승불교로 모든 생명체를 이롭게 하는 목적으로 비영리 조직 ‘Boddhi Light International(BLI)’을 설립했다. 지난 2005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노산사서 다양한 문화, 언어, 나이, 교육, 종교 배경을 가진 제자들을 자유롭고도 깊이 있게 지도하고 있다. 노산사는 중국 위앙종 전통을 따라 매년 여름 1개월, 겨울 2개월간 선칠(禪七, 좌선)을 한다. 

영화 스님이 계신 노산사에서 처음으로 참선을 경험할 당시에는 수행하는 사람들 숫자가 적었다. 영화 스님은 당시 작은 체구의 이탈리아 계열의 80이 넘은 백발 할머니인 로베르타에게 “저기 샤나한테 어떻게 앉는지 보여줘요”라고 요청했다.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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