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탕고 사원
9. 탕고 사원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9.05.12 18:03
  • 호수 1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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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 형상 터에 자리잡은 부탄 최고 불교성지

부탄 사람들에게 언덕 말머리는
극락에서 온 초르텐과 같은 존재
13세기 건립 후 1688년 재건축
현재는 최고 불교대학 자리매김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가장 성스러운 불교성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팀푸의 탕고 사원.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가장 성스러운 불교성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팀푸의 탕고 사원.

‘세상에서 국민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는 나라’로 알려진 부탄의 수도 팀푸 북쪽 끝자락에는 보는 이의 숨을 앗아갈 만큼 아름다운 절경의 산맥이 이어진다. 그 산맥 한 곳에 있는 탕고(Tango) 사원은 12세기 이후 부탄 불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 주요 불교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탕고 사원은 특히 부탄에 드룩파 카규파(Drukpa Kagyupa) 종파를 소개한 라마승들의 주요 집결지로 여겨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전해져 오는 전설에 따르면 부처님 가르침을 홍포하며 여행을 하던 파요 드루곰 시그포 스님이 어느 날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 멀리 떨어진 절벽에서부터 말이 ‘히잉’ 울며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스님은 주변을 둘러보다 절벽 하나를 발견했다. 절벽은 말 머리 마두명왕 형상을 하고 있었다. 스님은 절벽을 바라보며 마두명왕을 떠올리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길고 깊은 명상을 마친 후, 이곳 스님들과 불자들이 명상을 할 수 있도록 사원을 건축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스님은 사원 이름을 탕코(부탄어로 ‘말머리’를 의미한다)로 짓고 13세기에 본격적으로 사원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그때 세워진 전각은 1688년 걀세 텐진 랍계의 지시 하에 재건축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말머리 모양을 한 이곳은 불교 성지로 여겨졌는데 이는 티베트 전설에서도 예언됐던 불교 성지다.

넓게 펼쳐진 부탄 언덕에서 말머리는 33번째 극락에서 내려온 초르텐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말머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삼각형 형태의 만달라는 완벽한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상징한다. 탕고 사원 오른쪽에는 바즈라사나 폭포가 흐르고 있는데 마치 마르지 않고 계속되는 불심을 상징하듯이 끊임없이 큰 물줄기들이 떨어지고 있다. 또 사원 아래 있는 키퍼그 니마 동굴 또한 탕고 사원 건축물 자체를 더욱더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사원 아래로는 부탄의 비옥한 땅을 상징하듯이 풍요로운 곡식들이 자라나고 있다. 사원으로 오르는 길은 산길을 잘 걷는 사람들도 1시간이 걸릴 정도로 길고 매우 가파르다. 하지만 가는 길 구석구석 수많은 불경 구절들이나 불교에 근거한 격언들이 장식돼 있어 이를 읽으며 가는 길이 짧게 느껴진다. 

12개 각으로 이루어진 사원 건물은 티베트와 부탄 지역 불교 양식 전통대로 형형색색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 중앙에 위치한 삼층탑은 1689년에 지어졌다고 전해져 내려오는데 보존돼 온 상태가 너무나도 훌륭해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사원 건물 1층에 놓여져 있는 불상은 네팔 출신 유명한 조각가 판첸 데바에 의해 만들어진 걸작품이다.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불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니 불상 앞에서 예를 갖추고 원하는 소망을 발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원 왼쪽 부분에는 마하칼라 사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암흑의 신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마가나천을 위해 지어진 사원 건물이다. 네 개의 손을 지닌 채 티베트의 트리송 데챤 왕의 두개골을 들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탕고 사원 건물 2층은 보신불(報身佛) 혹은 삼보가카자에 헌정하기 위한 곳이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소장품은 관세음보살 동상으로 이 또한 네팔 조각가 판첸 데바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원의 오른쪽 건물은 구루 린포체가 머무는 곳이며 삼층은 다르마카야, 즉 법신을 위해 지어진 건물 부분이다. 금과 구리로 만든 아미타 부처님은 그 정교함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 오른쪽으로는 걀세 텐진 랍세가 머물던 침실을 볼 수도 있는데 침실의 벽은 울음을 묘사한 그림들로 사방이 장식돼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걀세 텐진 랍세가 59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후 그 슬픔 때문에 방의 벽이 울음을 묘사하는 그림으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탕고 사원 3층의 벽화는 유명한 화가 장츕 센파(Jangchub Senpa)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탕고 사원 건물 근처에 위치한 키퍼그 니마 동굴은 길고 평화로운 명상을 제공할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부탄의 불자들은 이 동굴 안에서 7일간 명상을 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7년간 명상을 하는 효과를 지닌다고도 믿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불자들이 명상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동굴 입구의 오른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백단향이 뿜어내는 향기 또한 이곳을 더 성스러운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 백단향을 심은 사람은 바로 탕고 사원의 건축을 처음으로 계획했던 파요 드루곰 시그포 스님이다. 백단향을 심으며 그는 드룩파 카규파 종파가 이곳에 널리 퍼져나가길 기원했다고 한다. 

사실 탕고 사원은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여섯 개의 작은 사원 건물들로 구성되어있다. 각각의 사원 내에 장식된 모든 불상들과 조각상들은 금과 구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정교함과 재료의 가치 때문에 모두 예술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부탄의 요새화 된 불교 승원(僧院)을 일컬어 죵(Dzong)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탕고 사원 역시 부탄의 전형적인 죵 스타일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탕고 사원은 부탄에서 불교 교육에 있어서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는 최고의 불교 대학으로 손꼽힌다. 부탄의 거의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이 탕고 사원에 위치한 불교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사람들이다. 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서적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 9년간 대학 공부를 하며 3년간 명상을 하고 그 후 다시 3개월간의 명상 다시 3일간의 명상을 마쳐야만 졸업장이 수여된다. 

이렇게 부탄 내 최고 불교 대학으로서의 명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탕고 사원에서는 부탄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야르네이(Yarney)’라고 불리는 축제에서는 부탄 달력에 따라 매년 여섯 번째 달(일반적으로 7월이나 8월에 해당된다) 15일간 스님들의 여름 수련회가 열린다. 이 불교 축제는 한 달 하고도 보름간 열리며 축제 기간 이곳의 스님들은 화려한 황금빛의 전통 축제 복장을 하고 매우 엄격한 율법에 맞추어 생활한다고 한다.

많은 이들에게 ‘행복 지수’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상상 속의 샹그리라와 같은 나라인 부탄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여행을 떠나기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제약들 때문에 부탄은 더욱 더 미지 속에나 존재하는 꿈속의 천국과도 같은 나라처럼 느껴진다. 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만 여행할 수 있다는 부탄으로 떠나 오랫동안 부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불심을 눈으로 목격하는 일은 평생 한번 받을 수 있는 큰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89 / 2019년 5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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