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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여성의 거룩한 결심

  • 기자칼럼
  • 입력 2019.05.27 11:21
  • 수정 2019.05.28 20:01
  • 호수 1490
  • 댓글 0
지난5월12일 부처님오신날 환한 미소를 피운 미소원 회원 불자들.
부처님오신날 환한 미소를 피운 미소원 회원 불자들.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에게 전해주세요.”

지난 4월25일, 경남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은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대표 심정섭)과 상담전문 봉사단체 미소원(이사장 장유정)의 ‘다문화 가정 한국 정착 지원금 전달식’에서 올해 지원금을 받을 다문화가정 가운데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레티튀번씨에게서 온 전화였다. 20대 중반 모국 베트남을 떠나 한국으로 시집온 그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어느덧 10살의 아들을 두고 한국에 삶의 뿌리를 내렸다. 농촌에서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노모도 봉양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없어 점점 더 힘겹게 살아가는 가정이라는 것이 지원금 대상 가정으로 추천받은 이유였다. 그렇게 빠듯한 삶이지만 그의 가족은 결국 지원금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을 거라며 그분들을 위해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미 대상자 명단은 일일시호일 및 미소원과 공유된 상황이었다. 법상 스님은 이 같은 레티튀번씨의 뜻에 따라 곧 다른 가정을 추천했다. 한국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을 다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디네시씨 가정이 선정됐다. 다음 날 정암사에서는 전달식이 진행됐다. 후원금 수혜 가정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며 스님이 전한 후일담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극한 불심으로 생활하는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은 레티튀번씨처럼 자신의 상황보다 주변의 어려움을 더 챙깁니다. 오늘 참석한 이들 또한 한결같이 지원을 받게 된 것을 기뻐하기 전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을지를 걱정했습니다.”

오랫동안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법회를 지원하며 김해 한림면 다문화 가정을 후원해 온 스님은 “누가 봐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밝은 미소로 후원을 사양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지극한 신심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26일 김해 정암사에서 진행된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과 상담전문 봉사단체 미소원의 다문화가정 지원금 전달식.
지난 4월26일 김해 정암사에서 진행된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과 상담전문 봉사단체 미소원의 다문화가정 지원금 전달식.

 

미소원에서는 긴급회의가 진행됐다. 미소원은 긴급결의를 통해 추가 지원금 100만원을 더 모아 비공식적으로 레티튀번씨 가정에도 지원금을 전달했다. 결국 일일시호일이 후원한 300만원과 미소원이 후원한 300만원이 모여 모두 여섯 가정에 각 100만원 씩 총 600만원이 다문화가정 지원금으로 회향 될 수 있었다. 이로써 2년 전 200만원으로 시작된 양 기관의 다문화 가정 나눔 불사는 지난해 300만원에 이어 올해는 당초 발원했던 500만원을 넘어 600만원이 전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십시일반 나눔의 원력과 자비심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성과다. 하나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듯 신심과 나눔의 원력은 놀라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를 생각한 레티튀번씨 가정과 미소원 회원들의 이심전심.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이들의 빛나는 신심이야말로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더욱 밝게 비춘 자비의 광명이었다. 

ez001@beopbo.com

주영미 기자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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