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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황교안, 몰지각한 행태 중단해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5.27 11:23
  • 호수 1490
  • 댓글 5

“불교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당·시민단체가 내놓은 논평이 아니다.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장한 내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일침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의 입장문에 대한 반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기총이 불교계를 향해 힘껏 당긴 ‘비난의 화살’은 한기총 자신으로 향했어야 했다. 적어도 사회통합과 상생을 지향하는 종교단체라면 말이다. 한기총은 3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승만 대학 설립 발기인대회’를 연 바 있다.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나라가 위험해지고 있는데 건국이념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학교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승만 건국이념을 계승해 무너지는 나라를 세우자”고 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즉흥적 발언이 아니다. 불과 3개월 전인 3·1절에 “이승만이 3·1운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전 목사는 올해 1월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장로님이 건국한 기독교 국가”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던  목사 아닌가. 

2004년 5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는 지금 돌이켜보아도 충격적인 발언이 있었다.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장로’라고 했다. 기독교 국가와 서울 봉헌! 그로부터 2년 후, 대통령 선거 바람이 일기 시작한 2007년 4월 전 목사는 “이명박 장로님을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고 했다. 전 목사의 발언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는 ‘장로 대통령’이다. 

장로 대통령만 세울 수 있다면 역사 왜곡은 물론 빨갱이 프레임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세원씨가 메가폰을 잡겠다고 했던 이승만 일대기 영화 제작의 후원회장도 전 목사였다. “대한민국 감독 중 90%이상이 좌파라 서세원 목사에게 영화를 부탁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최근까지도 “내년 4월15일 총선에는 빨갱이 국회의원들을 다 쳐내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으로 의심된다”고도 한 바 있다. 기독교, 보수, 여당의 힘을 한기총 중심으로 결집시키려는 안 목사의 전략은 집요하고 교묘하다.

“악한 세력은 존재합니다.”

이건 전광훈 목사의 말이 아니다. 3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제가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사건에 개입했다고 왜곡하고, 음흉한 조작과 검은 모략, 참 가증스럽고 졸렬합니다”라고 토로한 점을 미루어 보아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단체를 ‘악한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는 듯하다. 

그날, 황 대표는 자신의 눈에는 ‘천사’로 보일만 한 전 목사를 만났다. 3월19일 성황리에 마친 조찬기도회와 황 대표의 고충(?)을 이해했다는 듯 전 목사는 엄청난 덕담을 건넸다.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쯤이면 덕담이 담긴 속뜻을 읽어낼 수 있다. ‘기독교 국가를 이끌 대통령은 황교안!’ 은해사 부처님오신날법회에서 불교 기본 예법인 합장을 끝내 하지 않았던 건, 한기총에 보낸 메시지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황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악한 세력’ 규정 하나를 더 들여다보자. “목적을 위해서는 본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검은 결속과 비겁한 선동, 신뢰도 사랑도 양심도 없는 권력에 눈 먼 자들의 비겁한 음해…지금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악한세력입니다.” 건국절·세월호·위안부·5.18망언…. 인간관계 균열과 사회의 공동체성 저해를 불러일으키는 저 키워드 중심에 누가, 어느 당이 서 있는가? 황 대표가 힘껏 당긴 ‘악의 화살’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 지는 너무도 명징해 보인다.

기독교 사상가인 성 어거스틴은 “천사는 신앙과 사랑 그리고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인데, 그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해 사랑을 잃어버리면 악마가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규정하며 장로 대통령을 세워야 한다는 언행, 장로라는 이유로 봉축 법회에서 합장조차 하지 않는 행위를 ‘자유의지’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악마가 되는 길’이요, 그들이야 말로 ‘악의 세력’이다.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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