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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기자명 도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9.05.27 17:53
  • 수정 2019.05.28 10:33
  • 호수 1490
  • 댓글 1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경지는 마치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 같은 상태
자연 이치 깨닫고 나답게 살아야

정비석 작가가 옮긴 나관중의 ‘삼국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유비는 오랫동안 양양한 황하의 강줄기를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논어(論語)’에 나오는 ‘지자요수(智者樂水,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라는 글을 떠올렸다. ‘지혜 있는 사람은 세상만사의 사리에 통달하여 무엇에도 구애되지 아니하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이었다. ‘아아, 나는 물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중략)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있지 않은가. ‘물은 모든 생명체의 원동력이다. 나는 물과 같은 인물이 돼야 한다’ 유비는 조그맣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작가는 소설 속 유비라는 인물을 통해 물에 대한 심층적 의미를 전합니다. 고전 소설과 경전류에서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의미는 실로 다양하게 쓰이는데요, 우리들이 아침에 일어나 잠에서 깨면 물을 비우거나 채웁니다. 비활동이라고 여겨지는 밤 시간에도 물이 쓰이고 활동적인 낮 시간에도 많이 쓰이게 되지요. 신체의 약 70%가 물이어서 적정량을 유지해주는 것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입니다. 인간들뿐 아니라 지구의 많은 생명들이 물을 기본으로 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과 바다 등 지구 표면을 차지하는 물의 양은 약 70%에 달하고요. 그런고로 지구상 가장 풍부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 사상이 담긴 ‘반야심경’에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菩提薩陀 依般若波羅密多故 心無罫碍 無罫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다’는 의미인데요, 여기서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경지’는 마치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과 같은 상태와 다름없습니다. 바다 위 연꽃에서 자비의 손길을 보내주시는 해수관음(海水觀音)의 이미지와도 연결됩니다.

‘금강경’에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의미가 일맥상통합니다. 유위법(有爲法)은 꿈이나 환영, 물거품, 그림자나 이슬, 번개와 같아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자연스럽고 편안하여 걸림이 없는 무위법(無爲法)은 두려움 없이 뒤바뀐 헛된 생각을 떠날 수 있으며 완전한 열반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도연 스님

이렇듯 유교의 ‘논어’의 물에 대한 의미와 상징은 불교의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가르침으로 의미가 확장되며 근본에서 통합니다. 물에 대한 사유와 깨달음은 종교의 색채를 떠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지자요수(知者樂水)라는 말을 자꾸 떠올린 것이겠지요. ‘지혜로운 사람이 물을 좋아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본성을 회복하며 나답게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도연 스님 봉은사 대학생 지도법사 seokha36@gmail.com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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