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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1967년 베트남 나트랑 십자성부대 불광사 창건

기자명 이병두

군법사 제도 시행 가져온 베트남전

정부, 20년간 군법사제도 거부
베트남전 계기로 불교계에 요청
베트남국민·군장병 위로 위해
나트랑에 한국식 사찰 짓기도

나트랑 십자성부대 불광사 창건법회 식장으로 가는 채명신(왼쪽에서 세번째)‧신상철(가운데)과 베트남 스님들.
나트랑 십자성부대 불광사 창건법회 식장으로 가는 채명신(왼쪽에서 세번째)‧신상철(가운데)과 베트남 스님들.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1년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 군종 장교제도를 시행하였지만, 불교계의 참여 요구에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하던 정권은 기독교에 비해 20여년이나 늦은 1967년 4월18일 ‘군승제도 실시 원칙’을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 최초의 군법사가 임관된 것은 1년 뒤인 1968년이었다.

물론 불교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군종 장교제도 참여를 요구하였지만, 정부에서는 ‘자격자 부족‧기존 종교와 불화 우려‧종단 내 불협화음으로 인한 군내 악영향…’ 등을 불가 이유로 내세웠다. 한편 기독교계에서는 “불교가 무신론을 내세우기 때문에 반공과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현직 군목들도 “군종승[군법사] 제도가 군의 사상통일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였다.

이처럼 완강하게 불교의 군종장교 참여를 반대하던 정부 입장에 변화가 오게 된 것은 1964년 베트남전 참전과 관계가 있다. 베트남 전쟁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보다는 국제적으로는 ‘프랑스와 미국으로 이어지는 외세와 베트남 민족주의 사이의 전쟁’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집권 세력인 소수 가톨릭교도와 기층 민중인 다수 불교도 사이의 전쟁’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불교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불교 신자인 장병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했을 것이다.

1966년 7월27일, 개인적으로는 독실한 개신교인인 주월 한국군사령관 채명신이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하고 스님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월남국민 대다수가 불교도인 관계로 대민사업에 있어선 종교를 통한 선도가 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군승은 시급히 파견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인원도 대대적으로 늘려 월남 국민의 마음을 수습토록 하는 것이 월남전을 조속히 승리로 이끄는 방책”이라고 하였다. 

물론 채명신의 이 발언은 순전히 군의 전략‧전술 차원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대통령 등 고위층과 사전협의 없이 그가 조계사를 방문하여 대웅전에 참배하고 스님들을 만나 이런 의견을 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당시 더 이상 군 법사 파견을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정부쪽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최초의 군법사 다섯명이 모두 베트남으로 파견되었고, 그에 앞서 1967년 7월 베트남 나트랑 주둔 십자성부대에 일주문과 종각까지 갖춘 불광사를 창건한 것도 이런 사정을 확인해준다. 불광사 창건을 서두르게 된 배경에는 화장해서 십자성부대 영현보관소에 임시 보관하고 있었던 전사 장병들의 유골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창건 이후 불광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유골을 봉안하는 일이었다.

당시 주월대사 신상철, 주월사령관 채명신이 베트남 고승들과 함께 불광사 완공 기념식장으로 가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에서 정부가 크게 비중을 두며 신경을 쓴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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