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김영기의 ‘돌하르방 목말타기’
57. 김영기의 ‘돌하르방 목말타기’
  • 신현득
  • 승인 2019.05.28 10:57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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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 어깨서 노니는 참새 보며
할아버지 목말 타던 어린시절 대비

참새들이 찾아든 돌하르방은
손자 사랑하고 응석 받아주던
옛 할아버지의 모습 똑 닮아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한 동시

돌하르방은 한라산, 귤밭과 함께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다. 화산작용으로 생긴 구멍이 빠꼼빠꼼한 까만 돌에 조각한 돌하르방은 재미나는 모자를 쓰고 있다. 부라린 퉁방울 눈, 길다란 귀, 뭉툭한 코, 굳게 다문 입이 돌하르방에 대한 인상이다. 팔은 어깨와 허리에 붙어 있고, 두 손의 손가락은 굵고 뚜렷하다. 평균 키는 150㎝ 정도.
‘하르방’은 ‘할아버지’라는 제주도 말. 이 ‘돌 할아버지’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믿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오늘처럼 관광산업이 잘되는 것, 제주도 귤밭에 귤이 잘 익는 것이 모두 돌하르방의 힘이 아닐까? 
돌하르방을 두고 쓴 재미나는 동시 한 편을 맛보기로 하자.

 

돌하르방 목말타기 / 김영기
 
돌하르방 어깨에
참새 둘이 앉아 노네. 
부라린 퉁방울 눈.
“요놈!” 하고 야단쳐도 
빙그레
웃는 모습이 
장난인 걸 눈치 챘나?

할아버지 목말타기 
어릴 적 나도 그랬지. 
어쩌면 참새까지 
손자라 생각하나봐. 
내 응석 
다 받아주던
할아버지 똑 닮았어. 

※돌하르방 : 돌하루방
김영기 동시집 ‘참새와 코알라’ 2018.

 

돌하르방 어깨에 참새 두 마리가 앉아서 지껄이며 놀고 있다. 돌하르방이 “요놈!” 하며, 퉁방울 눈을 굴려도, 참새 두 마리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돌하르방의 웃는 모습 때문이다. “돌하르방이 일부러 그러는 거야. 하르방 눈을 봐. 짹짹….” “정말 그러네. 하르방 눈은 웃고 있는 걸. 우리를 손자로 여기나봐. 짹짹짹….” 

참새 두 마리가 지껄이는 말이다. 

지나가던 시인이 “이거, 시가 되겠는 걸?”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참새의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 문득 시인은 자기의 아기 적 생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목말 태워줘요” 하고 할아버지 어깨에 손자 아기가 올라탔다.

“이놈!” 하면서도 할아버지는 손자가 귀여워서 웃는다. 할아버지가 “이놈!” 한 것은 손자를 꾸짖은 게 아니었다. 손자가 목말을 태워달라니, 목말을 태운 채 손자 손발을 다정하게 잡고, 일어서서 처음에는 마당을 한 바퀴, 다음은 골목길로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을 것 같다. 골목 동무들이 “어, 영기가, 할아버지 목말탔네” 하고, 부러워하며 뒤따랐을 것 같다. 

이 시작품은 돌하루방한테 목말을 탄 참새 두 마리와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시의 화자, 김영기 시인이 아기 적에 할아버지 목말을 탔던 경험을 대비법으로 견주어 본 내용이다. 그리고 두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이, 응석을 받아주는 데에서 똑 닮았다는 결론이다.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한 참으로 따뜻한 시다.

시의 작자 김영기(金英機) 시인은 제주도 출신으로(1940), ‘아동문예’지를 통해서 등단(1984), 제주아동문학협회와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제주도의 문학 발전을 위해 일해 왔다. 한국 동시문학상(2008), 새싹 시조문학상(2018) 등을 수상했으며, ‘날개의 꿈’(1984)외 9권의 동시집과 ‘갈무리하는 하루’(2010)등 시조시집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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