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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전법륜과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그랑 파르티타’

기자명 김준희

쾌락·고통 양극단 벗어난 중도의 미학 담긴 듯

모차르트 ‘그랑 파르티나’  K.361
차분하고 평온한 3악장이 백미
천재성 담긴 최고 작품으로 평가
천재임에도 끊임없이 연구·공부

붓다, 깨달음 후 고행자들에게
중도를 통한 깨달음의 길 설법
세레나데 통해 ‘고락중도’ 느껴

1841년 모차르트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 설립한 모차르테움(음악원).

‘천의무봉(天衣無縫)’.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무언가를 가공하지 않은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고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바느질한 자리가 없는 천상의 옷과 같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작품은 완성도에 있어서 초기의 작품과 후기의 작품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남들은 내가 천재라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 한다”고 말한 모차르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뛰어난 천재 역시 그 악상을 작품에 녹여 내기 위해 남몰래 구슬땀을 흘렸다. 

세레나데는 원래 저녁(밤)에 연주되는 음악으로, 사랑하는 이의 집의 창문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 Musik)’ K.525도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세레나데 장르에 속한다. 모차르트는 열곡이 넘는 관현악 세레나데를 작곡했다. 모두 다악장으로 구성된 곡들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작품들이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가장 먼저 설법을 전하기로 한 사람들은 그가 고행림에서 수행할 때 만났던 수행자들이었다. 그 당시 고행림에는 교진여를 비롯한 다섯 명의 수행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싯닷타의 수행력에 감동을 받아 그를 돕기로 했었다. 그러나 싯닷타가 고행을 포기하자, 그들은 그를 비난하고 떠나갔다. 붓다는 고행림의 다섯 수행자들은 오랜 수행을 통해 번뇌가 옅어진 지혜로운 자들이라 가르침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을 첫 설법의 대상자로 삼았다.

여전히 고행수행을 하고 있었던 다섯 수행자들은 멀리서 걸어오는 붓다의 모습을 보고는 서로 그를 아는 척도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붓다가 가까이 다가서자 자신도 모르게 붓다에게 자리를 권하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극단적이고 편협된 방법의 수행을 계속하고 있었던 그들이지만 깨달은 자, 붓다의 모습에 저절로 끌려가듯 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모차르트의 '그랑 파르티타' 제 3악장 자필악보.

붓다는 중도의 내용으로 팔정도를 설하고 사성제와 오온무아의 가르침으로 다섯 수행자를 깨달음으로 인도했다. 이것을 초전법륜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법의 바퀴를 굴렸다는 뜻으로, 붓다의 진리가 세상을 향해 펼쳐졌음을 의미한다. 가장 먼저 깨우친 교진여를 비롯하여 다섯 명의 수행자들은 붓다의 최초의 출가 제자가 된다. 붓다는 자신을 포함해 이 세상에 여섯 명의 아라한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Bb장조, K.361은 관악앙상블을 위한 작품이다. ‘그랑 파르티타(Gran Partita)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곱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이다(파르티타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변주곡을 뜻했으나, 17세기 후반부터 모음곡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세레나데와는 달리 오보에 2명, 클라리넷 2명, 바셋 호른 2명, 호른 4명, 바순 2명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연주를 담당한다. 전반적으로 관악기의 다양한 울림이 어우러지는 선율에서 느낄 수 있는 넉넉함과 모차르트 특유의 우아함이 공존한다. 

이 곡의 백미는 막 노을이 지고난 후의 차분함과 평온함이 담겨있는 것 같은 제 3악장이다. 모차르트의 일화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도 등장하는 이 악장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에 사용되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평생을 모차르트를 부러워했던 살리에르가 노년에 모차르트에 대해 회상을 하며 감탄하면서도 절규를 하는 모습 뒤로 고요히 흐른다. 영화 속 살리에르의 대사처럼 이 곡은 바셋 호른과 바순의 Eb 장조의 유니즌 펼침화음으로 시작되는 서두 위로 담담하게 주요 선율이 시작한다. 녹슨 아코디언의 소리처럼 오보에의 주요 선율이 등장하고, 그 여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클라리넷의 선율이 들려온다. 감미롭게 시작되는 조화로운 소리들은 점점 에너지를 가지고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며 각 악기들의 색채가 절묘하게 발휘된다.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발견된 초전법륜상.

이 곡은 모차르트가 평생에 걸쳐 스스로 연구하고 시도했던 관악기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총망라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비엔나에서 바흐와 헨델의 음악에 대해 공부하며 익힌 대위법 기법이 세련되게 녹아들어 모든 악기가 적절하게 등장하며 그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아다지오 악장이지만 너무 비장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는 마치 봄밤에 부는 가벼운 바람과도 같다. 

평생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그의 음악을 한 번도 평온한 마음으로 대할 수 없었던 살리에르가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정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하는 영화 속 장면은 비록 픽션이 가미된 에피소드라 할지라도, 얼마나 모차르트의 음악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었소. 그처럼 동경으로 가득한, 충족되지 못할 동경으로 가득한 음악이라니.” 영화 속의 대사처럼,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흐르는 선율의 자연스러움 속에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담겨있다. 

붓다는 녹야원의 초전법륜에서 고통과 쾌락의 양극단을 벗어난 중도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음을 밝히고 있다. 중도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의 풀이와 같은 ‘가운데 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회주의나 눈치를 보는 그런 중간을 고집하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인도에서 널리 유행했던 쾌락주의나 고행주의라고 하는 극단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생각과 행동이 중도의 올바른 의미이다. 

모차르트의 ‘그랑 파르티타’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각 악기가 드러내는 단단하면서도 견고한 음색은 마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길을 연상케 한다. 과장 없이 특별한 기교를 자랑하지 않은 음악의 자연스러움, 날카롭지 않은 고음과 답답하지 않은 저음의 주선율들의 조화, 그 속에서도 모나지 않게 곡을 지탱하는 지속되는 리듬. 아다지오 악장은 모차르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안정되고 흔들림 없는 중정한 길에 견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일곱 개 악장으로 총 길이가 50여분이 되는 대곡인 ‘그랑 파르티타’의 각 악장에서 붓다의 첫 번째 가르침 ‘고락중도’를 떠올려보자.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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