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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과 대승불교 연원

조준호 박사 아미타연구로
성운학술상 첫 대상 받아
대승기원 연구의 새 방향

지난 5월24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뜻깊은 학술상 수여식이 있었다. 서울 삼천사 주지이자 전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의 발의와 상금지원으로 한국불교학회가 제정한 제2회 성운학술상 시상식이었다. 이날 성운 스님이 인사말에서 밝혔듯 이 상은 불교신행과 실천에 대한 불교학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염불과 기도로 대표되는 타력신앙이 한국불교를 지탱해온 근간임에도 ‘불교는 자력종교’라는 틀에 갇혀 신행현장의 불교가 부정되는 모순을 학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성운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제1회 시상식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대상’ 심사기준에 부응하는 논문을 선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올해 대상을 받은 조준호(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원) 박사가 성운학술상 첫 대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조 박사의 수상 논문인 ‘아미타불 신앙의 기원과 전개에 관한 규명’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불자들이 일상에서 신행하는 주제를 다룬 것도 그렇지만 세계 불교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대승불교 기원 연구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흔히 대승불교는 부처님 입멸 100년 경 분파된 대중부에서 비롯됐다거나 이론 탐구에만 몰두하는 기존 승단에 반발해 재가불자와 그에 호응하는 출가자에 의해 대승불교가 일어났다고 이해하고는 한다. 혹은 탑과 사리신앙에서 대승불교가 비롯됐다거나 ‘초기→부파→대승’이라는 도식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대승불교는 초기부터 독립된 교단으로 존재했다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견해들은 마에다 에운이나 히라카와 아키라 같은 일본의 석학들에 의해 제시됐지만 이 또한 여러 학설 중 하나일 따름이다. 오히려 현대불교학에 고고학적인 방법론을 접목시켜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국 UCLA의 그레고리 쇼펜 교수는 대승불교의 기원이나 성장에 있어 재가불자와의 광범위한 관련성을 입증할 만한 어떤 불교유물도 없다고 밝힘에 따라 탑과 사리신앙이 대승불교 기원이라는 학설은 설득력을 잃었다. 대승불교 연구 권위자인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폴 해리슨 교수도 ‘반주삼매경’을 비롯한 한역 초기 대승경전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해 대승불교가 외진 곳에서 소수의 출가자에 의해 시작됐다고 보았고,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폴 윌리엄스 교수는 대승을 지향하는 스님들 또한 적어도 4세기까지는 독립된 교단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펼쳤다.

이렇듯 대승불교 기원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인도 관련 사료가 극히 부족한 탓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대승불교를 둘러싼 육하원칙의 의문을 풀기가 대단히 어려운 탓이다.

조준호 박사의 이번 논문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다룬 아미타불 신앙의 기원이 곧 대승불교 최초기 신행형태를 규명할 수 있는 키워드인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선 아미타불이 인도 힌두이즘의 영향이라고 보았다. 근래는 대승불교가 발달한 인도 서북부의 쿠샨왕조가 페르시아 문화권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아미타불이 이곳 조로아스터교의 최고신 아후라마즈다의 영향이며, 극락정토도 조로아스터교의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원론적 사후 공간 개념을 대승불교가 수용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형 국장

이런 가운데 조 박사는 문헌학적·언어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아미타불, 무량수불, 극락정토의 개념을 불교 외부가 아닌 불교 내부에서 연원을 찾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는 붓다 개념의 본질은 일관되게 ‘광명’에 있으며, 극락정토도 색계 가운데 위치한 정거천으로 비정하는 놀라운 이론을 펼쳤다. 이 같은 조 박사의 주장이 국내외 학계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국내 학계에서 염불은 물론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는 점은 첫 성운학술상 대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mitra@beopbo.com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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