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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신앙

부처님오신날 은해사에서 봉행된 법요식에 참석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그의 유별났던 신앙생활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합장과 관불의 예마저 한사코 거부하려면 법요식에는 무엇 때문에 참석했느냐는 지적에서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편협한 종교관을 보이면 되겠냐는 등의 비판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황 대표는 결국 보름이 지나서야 일종의 해명성 발언을 내놓았지만, 그의 편향적 종교관이 과연 시정되었겠는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신앙은 개인의 문제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이다. 황 대표가 만약 개인 자격으로 법요식에 참석했다면, 그가 합장을 하든 말든 그것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기독교를 신앙하는 정치인들 가운데 그 경계를 허무는 자들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승만 이후 김영삼, 이명박 등 이른바 ‘장로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면 이러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황 대표 스스로가 누구보다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만 대통령의 편향된 종교정책은 가히 가관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기독교 국가건설론’을 피력하였으며, 그것의 실천을 위해 무진 애를 썼다. 1948년 5월31일 개최된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그는 식순에도 없는 기도를 이윤영 목사에게 부탁했다. 심지어 그는 “하나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무를 다하기로 일층 더 결심하며 맹세한다”는 취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기독교인의 정부 요직 대거 임명, 크리스마스 공휴일 지정, 기독교방송 설립 등의 기독교 편향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승만은 분명 제정일치 사회나 정교일치 사회에서 어울렸음직한 대통령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라는 단체가 있다. 한국 기독교의 보수, 복음주의적인 교단들이 모여서 만든 연합기관인데, 최근 이 단체에서 불교계를 향한 성명서를 하나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황 대표를 상대로 발표한 입장문에 대한 일종의 반박 성명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 성명서에 담겨 있는 문구는 참으로 경악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대표목사의 퇴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 단체가 그동안 표방해온 정치와 종교의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땅의 양식 있는 기독교인과 목회자들에게 저들의 도를 넘어서는 행태를 멈추기 위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당부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자칫 그들의 표현처럼, 이 땅에서 심각한 종교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남북분단에 동서갈등, 이념갈등으로 얼룩져 있는 이 민족에게 종교갈등과 종교분쟁까지 더해지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을 기독교공화국으로 만들자고 기도하고 외치는 자들이 있음을 잘 안다. 더 이상 이런 자들의 그릇된 종교관, 신앙관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진정한 민주국가로 발전해가기 위해 정치와 종교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종교인들은 우리 민족 앞에 놓여 있는 숱한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 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종교인들이 특정 정파와 결탁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기독교를 신앙하는 정치인들이 이들의 그릇된 신앙관을 옹호하고 그들을 정치적 지지 세력으로 삼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번 황교안 대표의 사례를 교훈삼아 정치인들의 올바른 신앙관이 정립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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