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빛나는 우리들
봄과 여름 사이, 빛나는 우리들
  • 금해 스님
  • 승인 2019.06.03 16:45
  • 호수 149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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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길 걷지만 순간 새로워
모든 순간 기쁨인 건 마음공부 힘
희로애락 다스리는 삶이  행복

해가 떠오를 때쯤, 포행을 나섭니다. 매일 매일 홀로 걷는 오솔길을 나름대로 명상길이라 이름 붙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첫 소일거리로 삼은 지가 한철이 지났습니다. 

털모자를 쓰고 걸었던 길이 산철쭉과 진달래가 피어나는 봄이 됐습니다. 새색시 같은 연분홍과 붉은색 꽃잎들이 햇살을 받아 빛을 내며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꽃길을 걷는 저의 발걸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마냥 가벼워집니다. 경망스러운 듯해 발길을 눌러보지만, 어림없습니다.

어느덧 봄날의 꽃잎이 지면 연두색 연한 잎들이 자그마한 아기 손을 내밀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넓은 바위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연두색 잎 사이로 흰 구름이 파도처럼 흩어집니다. 쉬어가는 발걸음은 점점 느려져, 오고 가는 길이 두 배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한 철 동안, 숲길에서 만나 인사 나누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시선 맞추기도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먼저 인사하는 이들도 있으니 제법 정겨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5월의 오늘은 명상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 청소년 법우들과 함께했습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새벽빛이 남아있는 숲을 묵언하며 걷습니다.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새 소리가 어우러집니다.

홀로 걷던 숲이 더욱 풍요롭습니다. 햇살이 선명할수록 산 빛도 선명해지고, 숲 그림자도 또 하나의 숲을 만듭니다. 우리들의 행렬은 숲 사이로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고 고요합니다. 전날 밤, 놀이하며 뛰어놀던 아이들이 1시간 동안 묵언하며 걷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했습니다. 

즐겨 명상하던 소나무 숲, 넓은 바위에 아이들과 함께 앉았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아예 누워버립니다. 숲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 숲에서 살았던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숲이라는 보물 속에 더욱 큰 보물들이 앉아있으니, 참으로 값진 아침입니다.

매일 매일 같은 길을 걷는데 어쩌면 이토록 순간순간이 새롭고 설레일까요! 혼자이거나 둘이거나, 고요하거나 환호가 일어나거나 모든 순간이 기쁨이 되는 것은 마음공부의 힘일 것입니다.

아홉살 어린이 법우가 “처음 올라갈 때는 너무 느려서 짜증 나고 앞 사람이 걸려서 힘들었는데 나중에 걸음을 맞춰가니 편안했다”고 말합니다. 새벽 맑은 공기가 너무도 좋았고, 숲에서 명상하는 시간이 기운 났다고 합니다.

똑같은 숲을 거닐지만, 어떤 이는 설렘과 기쁨을, 어떤 사람은 힘들거나 고통을 느낍니다. 만약 숲이 기쁨을 주는 것이라면, 모두가 똑같이 기뻐해야 하지만, 모두가 다릅니다. 기쁨과 고통 등 모든 마음은 자신이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모두에게 있지만, 변화무쌍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희로애락을 다스려 삶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수행입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도 기쁩니다. 
 

금해 스님

아이들의 길고 긴 삶에서, 파랑새를 찾아 너무 멀리 가지 말고, 특별한 새로운 것을 찾아 너무 오래 방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는 짧은 찰나 속에서, 오늘처럼 빛나는 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삶의 어떤 순간에도 희망과 기쁨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보호받고 행복하기를!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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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섭 2019-06-04 16:11:42
스님의 청정한 아침명상 글 배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