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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통령의 출동명령 거부한 육군참모총장 이종찬

기자명 이병두

“군의 본질과 본분 망각하지 말라”

종신집권 원했던 이승만 대통령
전방부대 끌어들여 계엄령 선포
끝내 거부한 이종찬 군서 추방
허정 과도정부 국방부장관 맡겨

미국으로 훈련을 떠나는 장교들을 격려하는 이종찬과 밴플리트.
미국으로 훈련을 떠나는 장교들을 격려하는 이종찬과 밴플리트.

이승만은 집권 시절(1948년8월~1960년4월) 장·차관 임용이나 군장성 등 정부 요직을 개신교인 위주로 인선했다. 불교인의 경우 사회부 장관 전진한(1948년8월~1948년12월), 내무부 장관 백성욱(1950년2월~1950년7월), 문교부 장관 김법린(1952년10월~1954년4월) 이후 이승만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단 한 명의 장관도 임명되지 않았다. 이런 독재체제를 구축한 뒤 1954년11월 이승만에 한하여 중임 제한을 철폐하는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안’을 강행 통과시켜 종신 집권을 기도하였다.

그런데 당시 이승만의 전횡에 제동을 건 불교인 고위 공직자가 있었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재집권이 어렵다고 여긴 이승만은 부산 피난시절인 1952년에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관철시켜 장기 집권의 길을 열고자 하였다. 이 개헌안을 통과시키려고 전방의 부대를 끌어들여 부산을 포함한 경남과 전라남·북도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 50여명이 탄 버스를 헌병대로 끌고 가 체포하는 등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을 일으켜 7월4일에 공포분위기 속에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이승만의 병력동원 재촉이 이어지자 육군참모총장 이종찬은 “군인 개인으로서나 또 부대로서나 만약 지엄한 군 통수계통을 문란하게 하는 언동을 하거나 현하와 같은 정치변동기를 타고 군의 본질과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의식‧무의식을 막론하고 정사에 관여하여 경거망동하는 자가 있다면 건군 역사상 불식할 수 없는 일대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육군훈령 제217호 ‘육군 장병에게 고함’을 전체 육군에 하달하면서 대통령에 맞섰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평가받는 이종찬이 군대 출동명령을 거부하자 이승만은 자신과 똑같은 감리교 장로이자 심복이었던 원용덕 헌병사령관을 영남지구 계엄사령관으로 발탁하여 군인을 동원하여 개헌을 강행처리하였던 것이다. 이 일로 이종찬은 이승만에게 수모를 당하다 미국 참모대학 유학 형식으로 군에서 추방당했다. 그리고 1년 만에 귀국한 뒤에는 이승만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한직에 머물다 전역하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 평가한 허정 과도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맡아 군의 안정을 이끌었다.

이종찬은 악명 높은 친일파의 후손이고 본인도 일본 육사를 나와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전력이 있어 ‘친일파’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하려고 하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일제 말기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부친 사망 이후 자작 작위 세습도 하지 않았으며 일본군 출신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

이 사진은 1952년 이종찬이 미 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와 함께 미국에 훈련을 받으러 가는 한국군 장교를 격려하는 장면이다. 1952년의 이종찬과 1979년 12월의 정승화, 군의 정치 중립을 지키려 했던 두 참모총장이 독실한 불교인이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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