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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어느 스님의 참나론

기자명 이제열

“바라보는 마음은 참나가 아니다”

대외 활동 펼치는 스님들
불교위신 높여주고 있지만
때로는 불경과 어긋나기도
불교와 힌두교 구분 필요

척박한 현실에 불교의 위신을 살려주는 몇몇 스님들이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삶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즉문즉설의 형식으로 해답을 주는 스님, 명상을 통해 마음의 상처나 불안을 치유해 주는 스님, 사색어린 말씀으로 인생의 깊이를 깨닫도록 인도 하는 스님 등에 의해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불교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부지런히 대외적인 활동을 펼치는 스님들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간혹 법문이나 책을 읽다보면 불교 견해가 여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모 스님의 경우도 그렇다. 그 스님이 말하는 불교지식과 수행이 실제로는 불교와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불교에서 비판했던 내용들도 눈에 띤다.

이 가운데 ‘바라보는 마음’과 ‘무아 속의 참나’도 그렇다. 대중들에게는 무비판적인 수용이 가능할지 몰라도 치열한 교리 탐구나 철저한 수행 고증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비판 받기에 충분하다. 먼저 그 스님이 말하는 ‘바라보는 마음’에 관한 내용을 인용해보면 이렇다.

“여러분 화가 날 때에 화를 내지도 말고 화를 참지도 마십시오. 단지 화를 바라만 보세요. 그러면 화는 스스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화를 내는 마음은 자기가 아닙니다. 이건 가짜 자기입니다. 바로 화가 날 때에 화를 지켜보는 그 마음이 진짜 자기 즉 참나입니다. 이 진짜 자기 참나는 본래부터 있었고 순수하며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부처자리인 불성이라고 합니다.”

스님 말에 따르면 마음에서 어떤 감정이나 번뇌가 일어날 때에 그 감정과 번뇌는 변하고 사라지는 가짜 성질을 띠지만 이를 지켜보고 관찰하는 마음은 진짜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짜 성질은 참된 나이고 생각 이전, 더 올라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항상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관찰하는 마음이 불성이라거나 본래부터 있어왔다는 스님의 말은  불교경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다.

일체의 몸과 마음과 대상이 모두 조건 지어진 허구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그 스님은 간과하고 있다. 그게 화이건, 망심이건, 번뇌이건, 관찰하는 마음이건 모두 연기한 실체 없는 공성의 마음이다. 화가 일어날 때에 화를 화인 줄 아는 마음은 그 또한 화를 조건으로 인해 생겨난 마음이다. 화를 화인 줄 아는 마음은 화라는 대상이 없이는 결코 생겨나지 않으며, 화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 스님 말처럼 화에 관계없이 본래부터 있었던 마음이 아니라 화가 나면서 만들어진 마음이라는 것이다.

마음에는 반드시 인식 대상이 있고 인식 주체가 있다. 여기서 화가 인식 대상이라면 화를 화인 줄 아는 마음은 인식 주체이다. 중요한 것은 ‘대상은 주체로 말미암아 대상이며 주체는 대상으로 말미암아 대상’이라는 점이다. 대상과 주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상과 주체는 연기성이고 연기성이기에 마침내 대상과 주체는 그 어떤 실체성이 없다. 둘 다 공이라는 점이다. 이런 마음을 두고 ‘진아’니 ‘불성’이니 하는 용어를 붙이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스님이 불교와 힌두명상을 동일시 한데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한다. 스님은 설법 중에 한때 크리슈나무르티나 라마나 마하리쉬 같은 인도 명상가들에 심취했다는 말을 했었다. 인도의 힌두 명상가들은 모든 것은 환상이지만 환상을 환상이라 알거나 깨닫는 의식은 환상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불교는 처음부터 이러한 아트만을 부정하고 무아를 천명했다. 그 스님은 아직도 불교와 힌두교의 교리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무아 속의 참나가 왜 오류인지에 관해서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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