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8. 인식주체의 문제-근견설과 식견설 ①

근식화합론의 견해가 비교적 합리적 관점

대상 구별하고 인식하는 주체
감관인지 식인지 판단의 문제
근은 식과 관련해야 지배력
근식화합 이론에 세친도 찬동 

초기불교 이래 인간은 5온설, 즉 색․수․상․행․식 등의 5가지 요소의 가화합으로 설명된다. 5온설은 5온의 임시적 현상 이외의 실체적 자아를 부정한다. 이런 점에서 5온설은 무아나 윤회의 주제 문제 등 철학적․실천적 측면에서 여전히 불교적인 논의의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이러한 5온과 관련하여 인식주체의 문제는 ‘구사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된다. 예컨대 18계의 구조, 즉 안근과 색경을 연하여 안식이 생기할 때, 이러한 안식은 색경에 대한 인식인데, 이때 안식은 어떻게 혹은 어떠한 인식의 과정을 거쳐서 생겨난 것인가? 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즉 식(識, vijñāna)이 대상을 요별하거나 보는 것인가? 혹은 감관(根, indriya)이 대상을 요별하거나 보는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이는 안식의 생기에 있어서 식(識)이 대상을 요별하거나 보는 주체인가(識見)? 아니면 감관(根)이 대상을 요별하거나 보는 주체인가(根見)? 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때 근견·식견의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과연 ‘견(見, dṛṣṭi)’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구사론’에서 ‘견(見)’은 ‘의식의 대상에 선행하는 판단’을 의미한다고 정의된다. 사실 인식의 구조상 전오식과 함께 생겨나는 혜(慧, prajñā)의 경우는 이러한 판단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견(見)과는 구별된다. 이런 점에서 견은 판단성(判斷性, saṃtīraka)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구사론’에서 ‘견’은 ‘판단성’으로 설명되는데, ‘안근’이 ‘형색을 보는 것(見)’ 방식과는 사실상 구분된다. 즉 ‘안근이 형색을 보는 것’은 ‘판단성(見)’이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단순히 형색만을 본다는 의미로 쓰인다. 예컨대 산 등을 보고 산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감관(根)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잠정적으로 판단성의 견을 넒은 의미(廣義)로, 한편 안근이 형색을 보는 경우의 견은 좁은 의미(狹義)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구사론’의 근품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근견(根見): 안근·이근 등은 보고 듣는 것에 의해서 참괴(慚愧)하려는 것을 피하기 때문에 사람의 방어에 관해 지배력이 있고, 안근 등은 안식 등과 그들과 상응하는 심소의 생성에 관해서 지배력이 있으며, 안근 등은 형색을 보는 것 등에 관해서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식견(識見): 안근 등은 사람의 방어에 관해 지배적이지 않다. 여기서 지배력은 안근 등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안식 등에 속하는 것이다. 또한 색을 보는 것 등에 관해서 안근이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안식이 지배적이다. 다른 기관들의 지배에 관한 설명도 마찬가지로 그릇된 것이다. 근식화합(根識和合): 전5근 가운데 안근은 색을 식별하는 안식과 연관을 통해서 지배력이 있다. 이와 같이 전5근은 각각의 대상을 판별하는 전5식과 연관을 통해서 지배력이 있다. 의근은 모든 대상을 식별하는 의식에 관해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방법으로 6근은 지배력이 있다.”

요컨대 근견가는 지배적인 능력을 근에 부여하고 있고, 반면에 식견가는 지배적인 능력을 식에 부여하고 있다. 이때 근견가는 유부의 소속으로, 식견가는 경량부의 소속으로 보인다. 한편 근식화합론자는 근은 그 자체로서 지배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식과 관련해서 지배력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세친은 근식화합설의 관점에 찬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근견가나 식견가의 견해는 인식의 발생이나 생기과정에 대한 설명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고, 비교적 근식화합론의 견해가 비교적 합리적인 관점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