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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처님의 깨달음

기자명 법장 스님

“그 어떠한 것도 영원불변 할 수는 없습니다”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 받고
상의상관의 연기법 깨달아 
모든 것 인연·연기로 구성
삼법인은 ‘연기’ 요약한 것 

어느새 설렘의 5월이 지나고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6월이 다가왔다. 올해는 5월의 기념일이 일요일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느낌도 있었으나 평일에 부득이하게 출근을 해야 했던 분들도 모처럼 가족들과 일요일의 기념일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많은 불제자분들이 휴일을 이용해 가족들과 사찰을 방문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고 각종 행사에도 참석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부처님오신날’은 누구라도 사찰을 찾아 평안한 마음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불교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하는 시기이다. 

올해는 불기 2563년이다. 즉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지 2563년이 지났다는 의미이다. 세월이 약 2500년이 지났음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금의 21세기까지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통해 삶의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카스트’라는 계급사회였던 인도에서 통치계급인 크샤트리아로 태어나셨다. 가장 위의 계급인 브라만의 다음으로 인도 내에서도 부와 명예가 보장된 위치였다. 그러나 그런 부유함과 안락함 속에서도 삶의 본질에 대한 추구와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생로병사에 대해 깊이 사유를 하시며 왕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참된 자신을 찾기 위해 출가를 하셨다.

그렇게 출가를 하신 부처님(이때까지는 사문 고타마 싯다르타였다)께서는 여러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았고 다양한 수행법과 극단적인 고행을 하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그러한 수행과 가르침은 현실과의 이질감과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아 오히려 참다운 깨달음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아셨다. 

그래서 다시 마을로 내려가 ‘수자타’라는 여인의 우유죽 공양을 받으시고 건강을 회복하신 후 극단적인 수행이 아닌 보리수 아래에서 고요히 선정에 드셔서 완벽한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각)’에 눈뜨시고 ‘붓다(부처님)’가 되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깨달은 가르침이 바로 ‘연기법(緣起法)’으로,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간의 작용과 다양한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으로, 어느 것도 고정된 실체인 ‘나’라고 할 것이 없고 영원한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요약한 것이 ‘삼법인(三法印)’으로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이다. 즉 불교의 가르침은 세상 모든 것은 연기법과 인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와 ‘나의 것’이라는 물질을 추구할 수 없고 그 어떠한 것도 영원할 수 없기에 나를 통해 남을 보고 남을 통해 나를 바라보아 모든 것의 차별과 분별을 떠난 눈과 생각으로 이 세상의 지금을 충실히 살아갈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에 대한 확고한 증명이 바로 부처님께서 처음 태어나신 뒤 일곱 걸음을 걷고 말씀하셨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이다. 여기서 말씀하신 ‘나’라는 것이 부처로서의 자신, 즉 연기법을 통해 깨달은 존재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세상에 있어서 ‘연기법’만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고 우리를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모든 것은 ‘인연’과 ‘연기’로 인해 구성되어 있다. ‘나’라는 존재도 ‘타인’이 있기에 성립되는 것으로 세상에 홀로 있다면 ‘나’라고 지칭할 것도 없는 것이다. 또한 ‘남의 것’을 보며 갖고 싶다는 욕심과 분별을 내기에 ‘나의 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바른 눈을 뜨면 모두가 부처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생이고 범부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로는 누구나가 이해하고 알 수 있지만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받아들이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스스로를 힘들게 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에 온 세상을 밝힌 연등의 불빛과 같이 밝고 청명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내 가족과 이웃을 나와 같이 사랑하고 연민한다면 우리도 조금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가서고 그러한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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