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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게임 이론-상

기자명 강병균

선천적인 소프트웨어로서 알라야식은 공업(共業)

다자간 손익관계 분석하는 이론
동물들 분쟁 원인은 ‘자원부족’
동물의 형제살해도 생존 장치
인간은 왕·집단 탐욕에서 비롯

자연계는 수학과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학이 숨어있다. 수학이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즉, 동물과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게임이론(Game Theory)을 이용한다. 게임이론은 3자 이상의 다자간에 벌어지는 손익관계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자연계의 분쟁은 대체로 세 가지 원인으로 벌어진다. 자원부족과 탐욕과 의심에 기초한 선제공격이다. 증오도 있지만, 증오는 앞의 두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동물들의 경우는 첫째 이유이고, 인간들의 경우는 두 번째 이유가 첫째 이유보다 더 크다. 지구상의 전쟁은 대체로 왕과 집단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나즈카 부비(Nazca Booby)나 붉은꼬리매나 독수리 새끼들 사이에는 형제살해(siblicide)가 일어난다. 힘이 강한 새끼가 약한 새끼를 부리로 쪼아 둥지 밖으로 쫓아낸다. 거의 모든 경우에, 며칠 먼저 태어나 덩치가 더 큰 형이 동생을 공격해 죽인다. 이처럼 자연계에는 ‘카인에 의한 아벨의 살인’이 항시 일어난다. 에덴동산은 처음에는 낙원이었지만 후에 자원이 부족해진 땅이었을지 모른다. 인류역사 어느 시기에 있었던 빙하기 초입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고, 사막화 초기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은 한때 울창한 산림과 초원지역이었다. 동물벽화와 동물화석이 발굴된다. 온화한 날씨가 변하여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생긴 현상인지도 모른다. 형은 농사를 지었는데, 기후가 나빠지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토지가 황폐해지자, 후발주자인 동생 아벨이 목축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농사와 목축, 둘 사이의 분쟁이 카인과 아벨 사이의 살인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새에게 형제살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자원이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새는 젖이 없다. 먹이를 물어다 키운다. 어미 부리가 젖인 셈이다. 펭귄은 새끼가 어미 부리 속에 자기 부리를 집어넣고 어미가 게워내는 먹이를 먹는다. 재갈매기 새끼는 배고프면 어미 부리 끝에 있는 붉은 점을 쫀다. 그러면 어미는 먹이를 게워낸다. 갓난아이들이 엄마 젖꼭지를 무는 행위와 유사하다. 문제는 어미 새에게 부리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는 힘센 놈이 독점하게 된다. 먹이를 못 먹게 된 새끼는 몸이 덜 성장하고, 그 결과 힘에 밀려, 힘센 형제들에게 쪼여 털이 뽑히고 피를 흘리며 죽거나, 둥지 밖으로 밀려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말라 죽는다. 비극은, 만약 이 새끼가 더 힘이 세면 똑같은 짓을 할 거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형제살해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새끼 새 개인의 의지로 행해진 살해라고 보기도 힘들다. 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새의 뇌(腦)에 심어진 소프트웨어의 작용이다.

이는 불교적으로 말하면 알라야식인데, 알라야식에는 선악이 없다. 알라야식은 불인(不仁)하다. 여기서 우리는 알라야식, 그중에서도 특히 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태어난 알라야식은 대부분 집단적인 현상이지 개별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개체가 동일한 행동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생물은 일종의 자동기계(automaton)이다. 알라야식에 의해서 작동하는 로봇이다. 물론 종(種)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고등생물일수록 의지가 작용한다. 선천적인 소프트웨어로서의 알라야식은 공업(共業)에 해당한다.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동일한 DNA 구조는 지구 생물계 전체의 공업이다.

새와 달리 포유동물들에겐 형제살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젖꼭지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수십 개까지 있다. 한배 새끼 수는 대체로 젖꼭지 개수를 넘지 않는다. 젖꼭지가 두 개뿐인 인간이 세쌍둥이를 거의 낳지 않는 이유이다. 침팬지·고릴라 등 유인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다산의 상징은 젖이 많이 달린 여신이다. 그런데 새라도 부모가 먹이를 물어다 먹이지 않는 오리·닭 등의 새끼들 사이에서는 형제살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부모를 따라다니면서 각자 알아서 찾아 먹는다. 이들의 경우는 지천에 깔린 먹이를 주워 먹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툴 이유도 없다. 이는 전쟁과 살인이 기본적으로 자원부족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게임이론을 발달시키면 이런 전쟁과 다툼을 줄일 수 있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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