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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박무웅의 ‘비로소 꽃’

기자명 김형중

야생화의 가치 알고 보면 아름답듯
대중도 존재 인식할 때 위대함 노래


‘내 안을 밝힌 꽃’은 불성 상징
중생 모습서 부처 발견했을 때
비로소 ‘중생이 부처’ 깨닫게 돼
‘마음’ 읊은 표현들은 선의 경지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땅을 가리지 않는 그
백의(白衣)의 흔들림이 좋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멈춤’을 생각하니
내가 가진 마음속 땅을 모두 내려놓으니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비로소 꽃’은 주인이 없는 봉황천 뚝방에 땅주인인 양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하얀 개망초꽃을 보고 쓴 시이다. 개망초꽃은 전국 어느 곳에나 흔하게 피어있는 야생화이다. 그러나 이 땅의 민초(民草)로서 강하게 살아남아 세상을 지키고 있다. 

개망초꽃은 어느 누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땅을 가리지 않고 마음껏 자신만의 꽃무리를 만들어 피어난다. 마치 시골 벌판을 지키는 이름 없는 촌로(村老)와 같다. 

시인은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고 노래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내 마음에 인식이 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아무런 의미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스스로 꽃을 보아야 꽃의 의미가 생겨난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내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고 하였다.

유심소현(唯心所現)이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우주는 내 마음이 만든 것이다. 내 마음이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내 마음이 미치지 못하는 하늘나라 별나라, 천국, 신의 나라, 귀신, 영혼의 세계는 아이들 동화 속의 세계이다. 그런 동화 속의 세계에 의미를 주고 소중하게 신봉하면 자신만의 종교가 되고 신이 된다. 

이 땅을 지켜온 야생화도 그 가치를 알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면 한없이 아름답다. 민초 중생도 그렇다. 서민 대중이 이 땅을 지켜온 주인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함으로서 그 위대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있어도 보이지 않고 다가와도 보이지 않던 개망초꽃 같은 중생이다. 무지한 중생도 그렇다. 중생이 본래 부처인 것을 알면 부처가 아닌 중생이 없다. 알고 보면 모두가 아름답다. ‘유마경’에 “마음이 아름다우면 온 세상이 아름답다”고 하였다.

‘내 안을 밝히는 꽃’은 불성을 상징한다. 자비 광명이요 지혜 광명이다. 우리의 본성인 진리를 알고자하는 신령스런 마음인 영지심(靈知心)은 지혜와 자비심이다.

박무웅(1944~현재) 시인은 무엇이든지 내가 보아야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고 읊고 있다. 불교에서 중생이 본래 부처라고 하지만 중생의 모습에서 부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중생이 부처’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또 그 깨달음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부처가 된다. 마음을 모두 내려놓으니 거기에는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경지가 되어 거기에 비로소 꽃이 보였다고 노래한다. 선의 경지이다.

시인 박무웅은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사업가로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문학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깨우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와표현’이란 시 전문잡지를 발간하는 문학인으로 새로 태어났다. 

‘비로소 꽃’은 시인이 삶의 경험에서 얻은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가치들이 스스로 마음을 능동적으로 일으켜서 의미를 부여했을 때 ‘비로소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는 삶의 교훈을 주는 내공이 깃든 시이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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