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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눈물·감동 담은 이 시대 신행 나침반

  • 불서
  • 입력 2019.06.11 11:02
  • 호수 1492
  • 댓글 0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 법보신문 엮음 / 모과나무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여러 장기로 암이 퍼져나갔지만, 남편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육체적 고통보다 이제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정신적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었다. 나는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여보, 한번 놓아보세요. 팽팽하게 잡아당겨져 있는 고무줄,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무서웠던 그 줄이 손에서 놓는 순간 긴장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것처럼, 당신이 잡고 있는 삶에 대한 애착을 한번 탁 놓아보세요.’(…) 며칠이 지나자 남편의 표정에서 평온함이 느껴졌다.”

31년을 함께 산 남편은 그렇게 10개월의 투병 생활을 뒤로 한 채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봄날, 꽃바람을 타고 흰 구름 따라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났다. 이정희씨는 출가 수행자였던 막내 동생의 죽음을 겪으면서 불교와 연을 맺었다. 참선이 무엇이고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해 책을 찾아 읽을 때, ‘마음 관찰하기’ ‘알아차림’이란 글자에 전율을 느꼈다. 평소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신기했다. 그 인연으로 삼보에 귀의하고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암 투병 남편이 ‘금강경’ 가르침을 알고 떠나도록 도운 후 49재를 지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절에 가서 기도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때 자연스럽게 시작한 법당과 절 주변 청소를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겠다”는 원을 세웠고,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총무원장상을 수상한 이정희(청정심)씨의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은 힘겹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도하고 수행하며 이웃과 나누는 불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 주관하는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을 엮은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은 이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信), 그 믿음을 배우고 이해하며(解),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실천하고(行), 그럼으로써 스스로 믿음을 증명(證)하는 신해행증을 펼쳐 보인 불자들의 삶으로 채워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모은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은 이 시대 신행생활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회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모은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은 이 시대 신행생활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6회째를 이어온 조계종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에는 이정희씨의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을 비롯해 자궁경부암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불교에 진심으로 귀의한 과정이 진솔하게 담긴 최옥란씨의 ‘어머니 보살님’, 군대 휴가 중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인이 된 상황에서 불법을 만나 용기와 희망을 얻어 장애를 신행의 힘으로 꿋꿋하게 극복하는 김영관씨의 ‘내 삶은 부처님 품안에서’가 실려 신행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또 심장병 말기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얻어 봉사활동으로 생을 이어가는 이상복씨의 ‘제주에서 날아온 희망’, 큰 고난과 역경은 없었어도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자비나눔을 실천하는 허인영씨 등의 수기는 말 그대로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각자의 인연 따라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며 부처님을 향해 걸어가는 불제자들의 모습은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 신행의 지침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이 들려주는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수행하며 신실한 불자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에서 환희와 눈물,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물론, 삶의 지혜까지 키울 수 있다. 더불어 이 시대 신행생활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아픔을 사랑하는 부처님 가르침을 새삼 깨닫게 되고, 세상과 이웃에 공감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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