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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임미란(57, 수덕행)-하

기자명 법보

네팔서 풍토병으로 쓰러진 딸
‘법화경’ 사경·보시하며 기도
구사일생 기적처럼 위기 넘겨
사경 적극 권선하며 지속 정진

57, 수덕행

2017년 10월 이른 아침,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풍토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네팔의 오지, 열악한 지역에서 일 하던 딸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부모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인생의 가장 큰 위기 앞에 서 있음을 직감했다. 나는 극심한 고통을 안은 채 ‘법화경’을 펼쳤다. 간절한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 ‘법화경’ 한 구절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염려하지 마옵소서.…본국토에…편안히 돌아가시옵고….” 

‘법화경’의 제6권 ‘촉루품’ 마지막 부분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했는지 이 글만 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어둠 속에서 발견한 큰 희망으로 다가왔고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마음의 큰 위안을 얻었다. 은혜로운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또 흘렀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걱정과 근심이 아니라 믿음과 희망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감사함으로 손 모아 기도하며 눈물로 사경을 이어 나갔다. 

그 후로 딸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좌석이 딱 두 자리 남은 비행기 표를 구해 운 좋게 탑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이어나갔다. 그곳의 담당의사가 기적이라 할 만큼 위기를 넘겼고 주변에서도 모두들 놀라워했다고 한다. 

나는 계속 사경수행을 했고 절에 나가며 기도를 이어갔다. 또한 보시할 기회가 닿으면 주저 않고 보시를 했다. 긴박한 상황들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법화경’을 계속 간절히 쓰고 독송하면서 매일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딸이 건강을 되찾아 돌아오길 염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법화경’의 또 다른 한 구절에 눈길이 갔다. ‘법화경’ 제6권 ‘약왕보살본사품’이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이가 따뜻한 불을 만나듯이, 병든 환자가 의사를 만나듯이, 어두운 밤에 밝은 등불을 만나듯이, 횃불이 일체의 어두음을 몰아내듯이…”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 경전 구절과 함께 내 마음도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법화경’ 사경. 이 기도를 통해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이 밝아진 것은 물론 주변도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한 달 여 동안 치료를 이어가면서 딸 역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왔고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왔다. 

부처님 가피는 딸 귀국 일정에도 오롯하게 이어졌다. 딸이 거의 회복 될 무렵이 되자 어떻게 네팔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가가 걱정이었다. 공항에서는 환자라며 최고의 배려를 해 주었다. 비행기 좌석을 붙이고 누워서 편안하게 도착하여 무사 귀환했던 것이다. 딸은 일차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갔지만 다행히 입원까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차후 다시 검사를 받기로 하고, 부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딸은 약을 먹으면서 치료를 이어갔고 지금은 다시 직장을 다니며 원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당시를 떠올리면 생각만으로도 막막해진다. 그 먹구름 같던 막막함을 몰아내는 힘이 되어준 ‘법화경’, 이 모든 인연은 오직 부처님의 가피라고 표현하고 싶다. 

요즘은 누군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경수행을 권장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경집을 선물 받던 그 날을 떠올리며 나도 선물을 하고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물론 나의 기도는 깊이 있게 불교 공부를 하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나에게 ‘법화경’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여래사불교대학 지도법사 박동범 원장님, 항상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여래사 주지 종우 스님, 무엇보다 사경을 안내해주고 힘들 때마다 위로를 건네주는 최고의 도반 염경희 보살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오늘도 그날을 회상하며 ‘법화경’을 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흠뻑 물들어 간다.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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