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이옥용의 ‘초콜릿’
58. 이옥용의 ‘초콜릿’
  • 신현득
  • 승인 2019.06.11 17:48
  • 호수 1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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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사랑하는 군것질거리
초콜릿으로 빚은 신나는 동심의 시

군것질은 어린이 생활 중 일부
옛날에는 들과 산에 널려 있어
치과에서 초콜릿 금식령 받고
초콜릿에게 떼쓰는 동심 표현

군것질은 어린이들 생활이다. 이를 예전부터 ‘주전부리’라 불러왔다. 주전부리는 끼니에 맞추어 먹는 음식이 아닌 군음식이다. 이들 꼬마들 군음식을 요즘 용어로는 ‘용용이 거리’라 한다. ‘용용이’는 아기들이 군음식을 씹으면서 내는 소리에서 유래된 듯하다.

군것질은 어느 시대에나 어린이의 생활이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옛날에는 들과 산에 아이들 군것질 거리가 널려 있었다. 

진달래가 먹는 꽃이었다. 하얀 찔레꽃도 먹는 꽃이었다. 배가 고프거나 않거나 꼬마들이 이 꽃을 따서 먹었다. 봄이면 띠풀에서 연하고 하얀 속 줄기가 나온다. ‘삘기’라 했다. 삘기는 달고 맛나는 군것질 거리였다. 찔레 순도 감미가 있는 군음식이었다. 잔대 뿌리, 풋감 등등….

그래도 돈 있는 집 아이들은 엿을 사서 먹었다. 사탕이 가게에 나온 것은 개화 이후였다. 그 때도 엿이나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망가진다는 말이 있었고, 그러한 치아를 가진 아기 환자가 있었다.  

초콜릿이 우리나라 어린이들 군것질 거리가 된 것은 6·25 이후의 일이었다. 초콜릿은 카카오 반죽에 밀크·버터·설탕·향료 등을 섞어서 굳게 한 과자다. 카카오콩은 멕시코 원주민의 식품이었다. 15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유럽에 전해져 세계 사람의 기호품이 되었다. 초콜릿으로 빚은 신나는 동심의 시 한 편을 살펴볼까? 
     
초콜릿 / 이옥용
 
아! 초콜릿!
갈색, 흰색, 누런색, 분홍색
널 처음 만났을 땐 갈색이었지. 
난 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좋아했단다. 
사 ㅡㅡ랑 ㅡㅡ ㅡ 해!!!
지금도 네가 좋아
널 안 본 날이 한 번도 없지?
넌 늘 아무 대꾸가 없지
하지만 너도 날 좋아하지?
내 맘 잘 아는 거지?
그런데 어떡하니?
이가 콕콕 쑤셔서 치과에 가니
네 얘길 하지 뭐야
널 그만 만나래 
초콜릿!
설마 너도 그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
빨리 머리 좀 써 봐
난 너 없인 못 살아!

이옥용 동시집 ‘알파고의 말’(2019)
  
시의 캐릭터 어린이는 초콜릿과 친하다. 말을 주고받을 만치 친하게 되었다. 너를 안 본 날이 한 번도 없다는 표현은 초콜릿을 안 먹은 날이 없다는 뜻이다. 

“난 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좋아했단다. 사랑해!!!” 느낌표 세 개로 사랑을 고백했으니 대단한 열정이다. 그런데 이가 콕콕 쑤셔서 치과에 갔더니 의사가 초콜릿 금식령을 내렸다. 하루도 초콜릿을 거른 일이 없으니 초콜릿에게 떼를 써보는 수밖에.
“빨리 머리 좀 써봐. 난 너 없인 못살아!”…이를 어쩌지? 초콜릿을 줄이는 게 한 가지 방법인 것 같기는 한데?

시의 작자 이옥용(李玉鎔) 시인은 서울 출생이며(1957) 2001년 새벗문학상으로 등단, 번역가·동시 시인·동화작가로 활동해 왔다. 동시집 ‘고래와 래고’(2007), 동화집 ‘내 사랑 치킨 치킨’ 등과 번역동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사람’ 등이 있고, 2017 푸른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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