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留形應方(유형응방)

호국보훈의 달과 의승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달이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이분들의 희생 위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자라면 호국보훈의 달에 의승군(義僧軍)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가 누란에 처해 있을 때 승려의 몸으로 전쟁터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스님들이다. 살생을 해야 하는 전쟁터에 몸을 던지는 것이 스님의 행동으로서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육당하는 민초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한 목숨을 버린 대자비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임진왜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의승군의 활약은 눈부셨다. 평양성 탈환과 청주성 수복, 행주대첩, 금산전투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져 외세와 맞섰다. 그러나 의승군에 대한 공로는 철저히 무시됐다. 

금산전투에서 영규대사와 800명의 스님들은 시신조차 수습되지 않은 채 조헌과 의병 700명 시신만 묻힌 700의총은 의승군의 슬픈 역사를 반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진척은 전혀 없다.

임란 당시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명대사의 글에 ‘留形應方(유형응방)’이라는 시가 있다. ‘형상에 머물러 모든 방편에 응하다’라는 말인데, 시의 내용은 이렇다. “중생을 제도하는 비결 잊지 못하여/ 마른 몸 세상에 머물러 온갖 방편에 응하네./ 범과 용에게 항복받은 일 비록 장하나/ 마침 황벽 스님 만나면 당황하리라.”

국난극복을 위해 몸은 전쟁터에 있지만 승려로서 불법을 닦지 못함에 대한 자책이 담긴 아픈 시다. 의승군은 파계(破戒)로 인해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중생 구제를 위해 전쟁터라는 현실지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불교계 차원에서라도 먼저 의승군을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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