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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설일체유부와 경량부의 지식론 ①

유부의 법, 인과 내에선 무상•인과 밖에선 해체된 현상

유부와 경량부 대상인식은
무형상‧유형상지식론 구분
대승관점에서 유부에 대해
‘아공법유’로만 비판은 단견 

인도철학에서는 인식주관과 대상의 관계에서 외계의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두 가지 지각이론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무색투명한 지식이 감관을 매개로 외계대상을 인식한다는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대상이 우리의 지식 내에 부여한 지각상을 근거로 인식한다는 이론이다. 전자는 ‘무형상지식론(無形象知識論)’이고, 후자는 ‘유형상지식론(有形象知識論)’이라 부른다. 이러한 지식론은 불교에서 설일체유부와 경량부의 지식론으로 대별된다. 즉 유부는 무색투명한 식이 외계의 대상을 직접 지각한다는 무형상지식론의 입장을 취하고, 경량부는 외계의 대상을 식에 남겨진 (形象 혹은 行相)에 근거하여 외계대상을 추리한다는 유형상지식론의 입장을 취한다. 

인도철학의 지식론과 용어상으로는 동일하지만, 그 함의는 차이가 있다. 불교의 지각론은 표면적으로는 외계대상을 인식한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불교의 독특한 수행론적인 맥락과 결부되어 외부대상에 대한 지각과 인식 등의 문제는 연기적인 관점에서 인식의 인과관계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부의 대상은 인식주관에 의해 직접적으로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12처·18계․5온 등의 연생법적인 다르마로 해체되어 우리의 인식과 관련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반면에 인도철학에서는 인식주관이 외계대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인도철학에서는 감관을 매개로 인식주관과 자아가 외계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이고, 불교는 무아(無我)의 입장에서 해체된 연기적인 현상의 인과관계만을 인정한다. 

그런데 구사론’에서 유부와 경량부의 지식론이라 할 수 있는 그 근거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부와 경량부의 지식론을 무형상지식론과 유형상지식론으로 나누는 이해방식은 중세인도의 철학자인 마드바의 ‘전철학강요’ 등에 근거한 것이다. 유부는 법의 실체성을 주장하는 학파로서 불교내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유부를 비판하는 관점은 대승에서 유부를 바라보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때 유부가 제시하는 법의 실체성이 과연 어떠한 이해방식을 표방하는 것인지? 혹은 유부가 법을 어떻게 적용해서 현상을 분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조명 없이 단순히 ‘아공법유’의 측면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단견(短見)일 수도 있다.

요컨대 유부가 법의 실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부가 승의적 존재(勝義有)로서 법의 실체성을 주장하는 그 이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유부의 다르마 체계는 지식론이나 수행론, 그리고 불교적 시간론 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우리가 깊이 숙고해야 될 문제는 과연 유부가 주장하는 법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우리에게 인식되는가라는 점이다.

유부는 일체를 명칭적 존재와 실체적 존재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는 인과관계 내에서 존재하고 우리에게 추리를 통해서 알려지는 존재를 말하고, 후자는 인과관계 내에서 존재할 수도 있고 인과관계 내에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참으로 있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후자는 인과관계 내에 존재할 때는 현세태로서 무상한 현상(dharma)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반면에 인과관계에 결부되지 않을 때는 잠세태로서 해체된 현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결국 이처럼 유부의 지식론이나 존재 등에 대한 관점을 분석할 때, 유부가 말하는 법의 의미를 다시 숙고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유부의 입장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법의 실체성 즉 승의적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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