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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불교발전 애쓴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기자명 이병두

불교장교회 창립·군승 도입 앞장

군대 내 불교 자리잡도록 헌신
12·12사태 당시 신군부에 고초
불교 외면할 때 신부들이 도와
곁 지켜준 가톨릭 감동해 개종

1977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 참석한 당시 정승화 교장.
1977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 참석한 당시 정승화 교장.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이승만 정권은 1951년부터 개신교와 가톨릭에게만 군종장교 제도를 허용하고 당시 최대 종교였던 불교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이 어려움이 풀리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베트남 전쟁 참전에 따른 정부와 군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외부 요인 말고 불교계의 군종제도 진입과 군대 내 포교를 위해 애쓴 인사가 있었던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1967년 4월18일, 당시 국방부 인사국장 정승화 소장이 불교계의 군종 참여를 요구하던 대불련 대표들을 만나 ‘국방부의 군승제도 실시 원칙’을 확인하였다. 면담 자리에서 정승화 소장은 “우리나라의 토착종교로 불교가 군부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며 군승제도가 빨리 실현됨으로써 국군의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군목은 미국 군부의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실시할 수 있었지만 군승은 다른 나라에 전례가 없는 것이므로 모든 운영절차를 새로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실현이 늦어졌다.… 월남군의 군승 운영 실태를 연구하기 위해 국방부가 파견한 조사반이 귀국하는 대로 군승실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불교는 군종장교 참여에서만 개신교에 17년 뒤진 것이 아니라, 군의 중추인 장교 신자조직에서도 늦었다. 개신교는 1956년 한국기독장교회, 1960년 ‘기독장교회 공군연합회’, 1963년 ‘기독장교회 육군연합회’ 창립에 이어 시차를 두고 해군‧해병대 등 각 군별로 연합회를 발족하여 신자 장교들의 조직화에 나서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불교계도 늦었지만 불교신자인 군 장교들의 조직화에 적극 나서 1971년 2월27일 육군본부 군종센터에서 총무원장 청담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육군중앙불교장교회’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때 정승화 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며 “불교장교회 창립을 계기로 장병들에게 신앙을 통한 바른 인생관 확립의 기회를 부여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하였다.

이렇게 군 불교 발전에 기여한 그는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1979년 12월, 이른바 ‘12‧12사태’로 신군부에게 고초를 겪고 이병으로 강등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고통을 겪었다. 그렇지만 불교계는 외면했고,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사람은 군종 신부였다. 이에 감동해 그는 개종한 뒤 남은 세월을 가톨릭 신자 베드로로 살았다. 과연 불교인들은 그의 개종에 대해 “신심이 부족하다”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 사진은 1977년 5월2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봉축법회에 함께 한 당시 육사교장 정승화와 부인의 모습이다. 다행히 군법사로 교장 정승화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김선근 동국대 명예교수는 많은 불교인들이 외면할 때에도 잊지 않고 그와 교류를 이어가서 ‘불교계가 은혜를 저버리는 집단’이라는 비난만은 면하게 해주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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