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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식품경제와 영양관련 정보의 혼란

기자명 고용석

채식, 이상적이란건 이미 증명됐다

세계대전 당시 여러 나라에서
채식의 효과와 건강성 증명돼
식품, 이윤 도구된 것이 문제

과학자들이 육류에 관한 전통 가설들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부터이다. 당시 연합국측은 덴마크에 수입봉쇄 조치를 취했다. 이에 덴마크정부는 식량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자로 미켈 헨디드 박사를 임명했다. 그는 가축에게 곡물을 먹여 육류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곡물을 국민에게 직접 배급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말하자면 300만 이상의 덴마크 국민들을 놓고 한 일종의 채식실험이었다. 그 결과는 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훗날 헨디드 박사가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식량제한이 가장 엄격했던 1917년 10월~1918년 10월 동안, 코펜하겐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그 이전 18년간의 평균 사망률보다 34%나 감소했던 것이다.

그리고 30년 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에 점령당해 있던 노르웨이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육류배급량을 대부분 완전히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과학자들은 그 결과에 또 놀랐다. 순환기계통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확연하게 감소했던 것이다. 전쟁 이후 노르웨이인들이 다시 이전의 식생활로 되돌아가자 그들의 사망률도 따라서 높아졌다. 이 격동기 동안에 동물성지방의 소비량과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간에는 거의 정비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영국과 스위스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육류 및 여타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상당량 제한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이 기간 동안 상당 정도의 국민건강상의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양에 관한 의미 있는 역설은 여러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채식위주의 식생활이 적당한 칼로리 공급만 가능하다면 영양학적 필요량에 아주 이상적으로 부합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식단에 속한다. 그들은 유아기의 위험에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식물성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노년까지 만성질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또 하나의 역설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일단 여유로워지면 전통적인 식물성위주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고기나 지방, 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는 영양적 전환기에 진입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비만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관련한 만성질환이 급증한다. 영양적 전환은 경제발전과 오랜 문화적 영향에 기인한다.

지난 70년간의 많은 영양과 건강에 대한 연구나 역학조사를 보면 바람직한 식생활 방향은 거의 변함없다. 가공식품과 동물성식품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자연식품인 통곡류·채소·과일 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동물성식품을 어느 정도까지 최소화하는 게 유익할까 인데 세계적 권위의 코넬대학과 하버드대학에 따르면 0%에 접근할수록 건강과 지구에 좋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갈수록 심한 혼란을 겪는 이유는 식품이 산업경제에 편입되면서 식품산업이 국민건강보다 이윤추구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현대 식품시스템의 구조는 대형 소매체인이 가격을 결정하고 수요창출을 위한 끊임없는 할인과 가격파괴는 식품생산이나 제조에 비용절감을 압박한다. 이는 기술 집약과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량생산 강화로 이어지고 부가가치를 높이고 더 팔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로비는 물론 개별 영양소와 첨가물을 통한 높은 가공도와 맛의 중독성이 관건이 된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넘쳐나는 식품을 즐기는 대신 식품의 질은 감내해야 한다. 당연히 덜 먹도록 암시하는 어떠한 표현도 금기가 된다. 즉 좋은 식품이나 나쁜 식품은 없으며 어떤 식품도 골고루 다양하게 섭취하고 적절하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다양성 적절함 등 그럴싸하지만 사실 담배회사나 자본의 논리와 다름이 없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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