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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밀교의 오방불 형식, 경기도 파주 사면불상

기자명 이숙희

정통밀교 오방불 인식 나타난 사면불
중앙 비로자나불·동서남북에 네 부처

‘금강정경’ 계통의 5불과 비교
각각의 불상들 이름 확인 가능
동면 아축불·남면 보생불 유사
서면 아미타불·북면 불공성취불

파주 사면불상, 통일신라말∼고려초, 높이 112㎝.

정통적인 밀교의 오방불에 대한 인식이 나타나 있는 예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일월봉 정상 가까이에 위치한 사면불상에서 볼 수 있다. 1995년 8월7일 군사보호구역 문화재학술조사에서 발견된 것으로 현재는 바위 표면에 이끼가 많이 끼었을 뿐 아니라 풍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불상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6·25 때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격전지로 지금도 민간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DMZ 지역에 해당된다.   

높이 2m 정도의 커다란 장방형 바위 네 면에 불상이 각각 1구씩 얕게 선각되어 있다. 얼굴과 몸체부분이 심하게 마멸되어 있는데 불상의 다리와 대좌의 윤곽선은 비교적 뚜렷하게 남아 있다.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는 불좌상이며 두광과 신광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광배를 갖추고 있다.

파주 사면불상은 중앙의 비로자나불상을 포함하여 동서남북의 사방정토에 각각 주재하는 네 부처를 배치한 오방불 형식이다. 각 불상의 방위와 수인은 ‘금강정경’ 계통의 5불과 비교해 보면 대략 그 존명을 확인할 수 있다. 
 

남면 보생불, 높이 99㎝.

동면 불상은 오른손을 무릎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는 촉지인(觸地印)의 아촉불상이다. 남면의 불상은 오른손을 무릎 옆으로 뻗어 손바닥을 편 여원인(與願印)을 하고 있는 보생불과 유사하다. 
특히 보생불상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예로서 밀교도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서면과 북면의 불상은 파손상태가 훨씬 심한 편이나 각각 정인(定印)을 한 아미타불상과 시무외인(施無畏印)의 불공성취불로 보인다.

경기도 파주지역에 오방불 형식의 사면불상이 등장하는 것은 신라 사방불이 경상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예에 속한다. 이는 9세기 이후 경주를 중심으로 한 통일신라시대의 불교문화가 중부지방으로 확산되는 경향과 연관 있는 것이다. 

특히 파주지역은 임진강과 한강을 끼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통일신라,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경기도로 유입되는 새로운 불교문화의 관문과 북방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목에 해당하는 주요 지역이었다. 

파주 사면불상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사방불과는 달리 밀교의 금강계 5불에 의거하여 조성된 것이다. 또 지역적인 위치라든가 불상의 특징 등에서 볼 때 통일신라 이후 새로운 불상이 경기도 지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조성된 것으로 그 시기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오방불의 개념에서 비롯된 사방불 형식은 이후 고려시대에 이르면 석탑의 초층탑신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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