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행 장형호(53, 본묵)-상
절수행 장형호(53, 본묵)-상
  • 법보
  • 승인 2019.06.18 11:26
  • 호수 1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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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과 만나 백련암 찾아
2009년 생애 첫 삼천배 도전
화두·법명 받고 매달 정진 중
아버지 위독한 상황과 마주해
53, 본묵<br>
53, 본묵

“발원하옵나니, 철석같이 단단한 마음으로 세세생생 무루선 닦아 크고 큰 지혜와 덕, 커다란 용맹심으로 만 겹 장애 만 겹 미혹 모두 녹아지이다.”(성철 스님 발원문 중)

단풍이 한창 아름답고 울긋불긋 곱게 물들었던 가을의 백련암은 성철 스님의 자각의 향이 뿜어져 나오는 아늑하고 고즈넉한 산사다. 시절인연으로 만난 어느 지인의 소개로 가야산의 맑고 조용한 사찰에서 말로만 들었던 생애 첫 삼천배를 한 것은 2009년 11월의 어느 가을날이었고, 어느덧 1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성철 스님이 일갈하셨던 ‘절 돈 3000원’은 대가가 비쌌다. 3000번 지심귀명례를 외쳤다. 지심귀명례로 시작해 부처님 이름을 부르면서 하는 절은 예불대참회문을 한 번 읽으면 딱 100배였다. 예불대참회문에 적힌 불보살명호 한 번에 절이 한 번인 셈이다. 10독을 마치니 1000배였다. 500배씩 4번을 더했다. 

첫 기도를 회향하고 원상과 “부처가 무엇입니까! 삼서근이니라”라는 화두 그리고 본묵(本黙)이란 법명을 받은 인연으로 지금껏 절수행을 하고 있다. 108배로 하루가 시작되는 나의 기도는 삶의 주인공으로서 “모든 것이 내 마음먹기 달렸다”라는 일체유심조의 뜻에 따라 아주 자연스러운 신심의 기도가 일상화 되어 버렸다. 

삼천배를 하는 순간순간 ‘부처가 무엇입니까’라는 의심과 ‘왜 삼서근이라 했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삼천배를 하고, 왜 하는가?’ 또 ‘나는 도대체 어디서 왔으며, 나는 진정 누구이며, 왜 기도를 하고, 무엇을 얻고자 이곳에 와서 절수행을 하는가!’ 이런 저런 의문을 안고 수없이 절하고 또 절했다. 

뒤늦게 알았다. 성절 스님이 주신 “부처가 무엇입니까” “삼서근이니라”라는 화두는 나를 비롯한 일체중생들에게 주신 보물지도이자 그것을 통해 찾고자 했던 의심덩어리 귀한 보물이었다. 화두참구를 통해 나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계속 의심을 하다보면 부처와 삼서근이 둘이 아니고, 서로 다름이 아닌 “내가 부처이고”, “부처가 삼서근이고” “삼서근이 나다”라는 진리를 알게 된다고 한다. 그 보물을 찾으면 진정 자신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고, 진리가 바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으리라. 밖이 아닌 내 안에 보물이 있는 것이다. 

매월 삼천배를 하던 중 해가 바뀌고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연로하신 아버지는 82세 연세로 폐렴 증상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쇠약해져 대구 지역 종합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치료를 받았다. 그 이후 집과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겼는데, 가족들은 간호사와 간병인과 상호 연락을 주고받으며 몸 상태를 확인하는 등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나 또한 바쁜 일상생활 중 주말이면 꼭 한 번씩 문안을 갔다. 

6월의 무더위가 시작되는 어느 날, 요양병원 수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의식조차 없었던 아버지는 계속 잠만 주무시고 계셨던 터라 간호사의 긴박한 목소리는 흥분과 당황 그 자체였고, 뭔가에 쫓기는 듯해 말하는 순간 심상치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지난밤부터 혈압과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으며, 갑자기 임종하실 수도 있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병원측 담당의사는 오른쪽 폐 전체로 폐렴이 전이됐고, 왼쪽 폐 일부도 이미 전이가 진행돼 오늘과 내일을 넘기실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가족들과 친인척들에게 긴급한 상황을 알렸다. 생전에 식구들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여드리는 게 도리가 아니겠냐는 말을 건넸다. 외국에 계시는 형님을 포함해 일가친척 사돈까지 모두 알렸고 연락을 받은 가족과 친지들 모두 급하게 찾아왔으며, 아버지와 이생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가느다란 호흡이 이어지는 아버지.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아버지를 보며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내 정신과 온몸을 바쳐 아버지를 위해 삼천배를 올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백련암으로 향했다.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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