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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야마데라 (끝)

1000개 계단 올라야 만나는 日 최고 절경 자랑

860년 지타쿠 다이시 스님이 창건
내전으로 파손 후 에도시대에 재건
‘산속의 사원’ 상징 도량 자리 매김
수행·마음치유 위해 찾는 불자 급증

일본 야마데라 사원은 야마가타 시와 센다이 시 사이에 자리 잡은 가파른 산자락 위에 있다.
일본 야마데라 사원은 야마가타 시와 센다이 시 사이에 자리 잡은 가파른 산자락 위에 있다.

일본 야마데라 사원은 야마가타시와 센다이시 사이에 자리 잡은 가파른 산자락 위에 있다. 오래전 지어진 이 사원은 여러 채의 사원 건물들과 법당으로 구성돼 있다. 야마데라 사원은 주변 풍경뿐 아니라 사원 건물 자체의 건축미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꼭 들려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사원을 방문한 이들은 “사계절 중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야마데라 사원의 모습은 환상적”이라고 표현한다. 사원 주변에 위치한 고다이도 계곡과 리샤쿠지 언덕은 실제로 일본 전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으로 꼽히고 있다. 

‘야마데라’라는 이름 자체는 일본어로 ‘산속의 사원’을 의미한다. 야마데라 사원의 실제 이름은 리샤쿠지다. 하지만 흔치 않은 절경 속 사원의 모습 때문에 이 사원은 ‘산속의 사원’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돼버렸고 사람들도 ‘야마데라’라는 이름을 선호하게 됐다.

야마데라 사원은 일본 불교의 텐다이 종파에 속해있다. 텐다이 종파는 일본 불교의 수많은 종파 중 주요 종파다. 일본 역사를 봐도 오랜 기간 동안 일본 전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끼쳐 온 불교 종파이기도 하다. 

일본 대부분의 다른 종파들과 마찬가지로 텐다이 종파는 불교 수행이나 철학 면에서 인도 불교와 중국 불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실 텐다이 종파의 ‘텐다이’라는 말은 중국어 ‘티안타이’를 일본어로 발음한 것이다. 티안타이는 중국 동부 지방에 위치한 산맥의 이름으로 이곳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종파가 산맥의 이름을 딴 티안타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천태종이다. 중국의 티안타이 종파는 한국의 천태종으로 또 베트남에선 티엔 타이 종파로 퍼져 나갔고 일본에는 텐다이 종파로 정착하게 됐다.

야마데라 사원은 미야기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센다이시로부터 기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사원 이름과 똑같은 야마데라 기차역에서 몇 분만 걸으면 사원에 도착할 수 있다. 사원에 가려면 타치야 강 위를 가로질러 건설된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이 다리 위에서는 하쿠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산의 가장 낮은 부분을 관통하는 길 위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들과 음식점, 작은 여관 등은 야마데라 사원을 방문하는 불자들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사원의 건물들은 촘촘한 숲속 나무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행에 먼저 올라 산 정상에 서서 본 야먀데라 사원의 전경을 감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산 정상에서 야마데라 사원을 내려다보면 사원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고다이도 사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고다이도 사원 건물은 야마데라 사원 전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이곳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명상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 아래 자락에는 많은 사원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중에서 목재로 지어진 건물이자 정교한 불상을 모셔 놓은 콘폰추도 강당은 꼭 방문해 볼 만하다. 교토 히에이 산에 위치한 천태종의 총본산인 엔라쿠지 사원에서 가져온 봉화가 이곳 콘포네루도 강당에 위치해 있으며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야마데라 사원의 아래층에 위치한 강당을 방문한 후, 굽이굽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 한 1000여개의 계단을 지나 올라가면 삼나무 향으로 가득한 삼나무 숲에 도달하게 된다.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에도 쉬어갈 곳들이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기에 등산길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조금씩 산길을 오르며 사원과 어우러진 산 풍경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일본 불자들이 바위 앞에서 기도를 올리거나 바위의 작은 구멍에 지폐를 넣는 모습도 보게 된다. 사원과 동굴들 그리고 작은 법당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1000개의 계단 옆으로 세워진 벽은 여러 개의 기념석들로 장식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불상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로는 아주 오래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깃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약 45분간 산길을 오르다 보면 마침내 정상인 야마데라 사원에 도착하게 된다. 산 정상에 위치한 야마데라 사원의 모습은 마치 가파른 절벽의 끝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독수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노키오도 절벽과 카이산도 절벽에서는 야마데라 사원의 전경을 가장 잘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야마데라 사원은 860년, 텐다이 종파 출신의 지타쿠 다이시 스님에 의해 세워졌다. 지타쿠 다이시 스님은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며 학업을 마친 후, 847년 일본으로 돌아와 텐다이 종파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이었던 엔라쿠지 사원의 주지 스님으로 임명됐다. 이후 산 정상에 야마데라 사원 건축을 계획했다. 그렇게 세워진 야마데라 사원은 16세기 여기저기 발생했던 작은 국내 전쟁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손상되고 파괴됐다. 그래서 에도시대가 시작된 시기라고 여겨지는 1543년, 야마데라 사원의 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 

야마데라 사원이 위치한 지형학적 조건을 보면 산꼭대기에 있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이는 속세로부터 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일본 불자들에겐 수행을 하거나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고 소원을 빌 때 들리는 사원으로 유명해졌다. 사실 야마데라 사원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은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자연 속에서 명상하며 보낸다. 유명한 하이쿠(세 줄로 구성된 일본의 짧은 형태의 시) 시인 바쇼 마쓰오 또한 1689년 이곳에 와서 불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야마데라 사원으로 가는 길을 ‘오쿠 노 호소미치(북쪽으로 향하는 좁은 길)’이라고 묘사한 그는 오랫동안 심사숙고를 거친 후 ‘침묵, 바위를 관통하는 매미들의 노래’라는 시를 창작하기도 했다. 야마데라 사원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를 기념하기 위한 바쇼 마쓰오 기념관이 야마데라 사원에서 도보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이 기념관에서는 바쇼 마쓰오의 시와 그림들이 잘 보관되어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이렇게 유명한 시인에 의해서도 언급되었던 야마데라의 매미는 일본 환경청에서 ‘일본이 지닌 아름다운 100개의 소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야마데라 사원을 방문할 때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곳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미신들이다. 그 미신 중 하나는 커플이 이 사원을 같이 방문해서 계단을 끝까지 같이 오르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미신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연인으로 남아있으려면 야마데라 사원은 혼자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을 방문해서 잠시 현실에서의 근심과 스트레스를 잊고 천천히 10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비록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리지만 사원에 들어서기 전의 복잡한 일들은 하나씩 잊혀 간다. 가끔 우리 인간들은 슬픔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힘든 피로로 힘든 일상사를 잊어가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인 듯하다. 거의 2km에 달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힘이 들지만 계단을 오르며 여기저기 보이는 부처님의 인자하신 모습은 오늘도 나를 그저 행복하게 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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