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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한승원의 ‘절’

기자명 김형중

절은 부처님 전에 마음 드러내는 일
시인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 표현

절은 하심이고 겸손함의 상징
땀흘리며 절하는 모습은 숭고
평소 모범적 작가 소문난 시인
시에 작가 불심과 순수 나타나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절하고 또 절하면 저절로 내 병 낫습니다. 
땀 뻘뻘 흘리며
절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의
절은 영원을 짜는 피륙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절은 절을 하는 장소다. 절은 사원, 사찰이라고 하는데 수행의 장소요, 기도의 장소요, 중생을 교화하는 공간이다. 부처의 길을 가는 수행자 즉, 출가사문들이 모여 사는 수행 공동체 공간이다. 최초의 절은 부처님의 집인 왕사성의 죽림정사이다. 대나무 숲이다.

한편 절은 불교 신행생활과 수행에 있어 필수적이다. 절을 하는 목적은 바라는 소원을 기도하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세음보살이나 석가모니의 명호를 부르면서 절을 한다. 108배, 천배, 만배 등이 있다. 절과 기도, 소원은 함께 따라붙는 하나의 말이다.

한승원(1939~ 현재)의 ‘절’은 시인의 기원과 간절함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절은 간절한 서원과 하심 그리고 참회다. 새로운 인간으로 성숙된다. 아만으로 꽉 찬 인간은 중생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한승원 시인은 소설로 성공한 모범적인 작가이다. 그에게 시는 부업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는 옹골찬 시집도 몇 권을 출간하였다. 시인은 아들, 딸, 사위, 처남까지 모든 가족이 문단의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얼마나 절을 해야 할 대상이 많겠는가? 시인은 딸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상을 받았으니 내친김에 문운(文運)이 깃들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도록 부처님의 가피가 있기를 기도하다가, 사위도 너무 딸에게 밀리지 않도록 분발하라고 기도하다가, 아들의 문운을 빌다가, 처남도 생각났을 것이다. 자신의 소설책이 대박이 나라고 기도할 겨를이 없다. 마냥 마음이 바빠 그냥 부처님께 ‘만사형통 소원성취’ 여덟 자를 기원하면서 땀 흘리며 절 했을 것이다. 시인은 “절하고 또 절하면 저절로 내 병이 낫습니다. 땀 뻘뻘 흘리며”라고 노래하고 있다.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병이 저절로 낫을 것이다. 

원래 사찰은 부처님께 절을 하러 가는 곳이라 해서 절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사찰에서 땀 흘리며 절하는 모습이 가장 숭고한 것이다.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무슨 큰 일이 성취되기 위해 절에서 절을 하고 기도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이루어진다. 절 하는 기도 없이 이루어지는 큰 공덕은 없다.

시인은 시의 시작과 끝을 맺는 시구가 “절하고 싶어 절에 간다”고 읊고 있다. 대단한 불심이고 순수한 마음이다. 그의 시나 소설은 한 번 절하고 한 글자를 쓰고 해서 원고지를 가득 메꾸었을 것이다. 절을 하는 것은 간절함과 소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부처님 전에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래서 절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거룩하다. 시인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남성이 이렇게 절하는 모습은 흔치 않다. 그만큼 시인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평소에도 문인들 가운데 모범적인 작가로 소문이 난 사람이다.

문학은 삶의 이야기를 간절함으로 드러내는 행위다. 시는 더욱 그렇다. 절은 하심이다. 겸손한 마음이다. 내 마음을 내려놓고 모두를 부처님처럼 공경하고 떠받드는 마음인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절을 하니 집안에 문운이 서고 복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삶의 의욕과 목표가 생기면 절에 가서 절을 하고 싶다. 부처님께 그 서원을 아뢰고, 가피를 부탁하고 싶다. 삶이 고달픈 절벽에서도 관세음보살님께 절하고 싶다. 구제의 가호를 부탁하고 싶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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