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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등록분원 “재산 뺏기” 착수 논란

  • 교계
  • 입력 2019.06.21 20:12
  • 수정 2019.06.24 11:37
  • 호수 1494
  • 댓글 20

이사회, 1월 분원관리규정 개정
등록 후 취득재산도 증여 명시
불이행시 창건주 권한 정지에
사고사찰 지정‧분원장 해임도
밀실행정 개정 공지조차 없어

재단법인 선학원이 분원 등록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 모두 법인에 무상증여하도록 ‘분원관리규정’을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사실상 재단 등록 사찰과 창건주·분원장이 소유한 모든 재산의 증여를 강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이행 시 창건주 권한 정지, 분원장 해임, 사고 사찰 지정 등 사실상의 중징계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는 전체 분원과 분원의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내용임에도, 개정안에 대한 공표나 안내 절차조차 없다는 점에서 “선학원이 의도적으로 재산 뺏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6월18일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 심리에서 드러났다. 이날 분원장창건주 스님 측 변호인은 가처분 신청 배경에 대한 발언 중 “재단법인 선학원이 올 1월 분원관리규정을 개정하고 분원 등록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 증여하도록 강제했다”며 “이는 정상적인 재단법인이라면 있을 수 없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분원관리규정 개정안’은 가처분 심리 과정에서 선학원 측이 법원에 직접 제출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이사회는 올 1월24일자 임시이사회에서 개정을 결의했으며 △제4조 분원의 구분(사고사찰) △제9조 1항 창건주의 권한정지 △제17조 해임 △제22조 재산의 관리 부분 등 조항을 신설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설된 제9조의 1 ‘창건주의 권한정지’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분원 등록 당시 사찰 혹은 창건주, 분원장 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을 재단에 증여하지 아니한 경우 동 재산에 대한 증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창건주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분원의 창건주는 증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창건주 권한을 행사할 수 없으며 분원장은 당연히 분원장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사실상 선학원이 모든 분원에 대해 전 재산 증여를 의무화하고 창건주 권한 정지 조치를 강제화 수단으로써 삼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또 3항 ‘창건주 권한이 정지된 경우 사고사찰에 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장이 재산관리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 선학원 소속 창건주·분원장 스님이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증여하지 않을 경우 창건주 권한 정지와 분원장 지위 박탈은 물론, 사고사찰로 지정돼 재단법인의 관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분원관리규정 개정안은 법인 소속 사찰에 대해 ‘전 재산 증여’를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분원 등록 시점’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4항에 따르면 ‘분원등록을 한 이후 분원 명의 또는 창건주나 분원장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고 이를 재단에 증여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 123항의 예를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원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도 재산 취득시 이를 추가적으로 증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의 관리를 규정한 제22조에도 ‘창건주 위임을 할 때는 분원장 재임시 취득한 재산을 반드시 재단에 증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이런 가운데 선학원 소속 스님들 상당수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어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재산권과 분원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임에도, 선학원 홈페이지에조차 개정안 관련 내용에 대한 공지나 안내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 분원장 스님은 “대부분의 스님들은 분원관리규정이 이런 내용으로 개정된 것조차 알지 못한다”며 “선학원 소속 창건주·분원장 등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회가 독단적인 운영도 모자라 아무런 논의 없이 그들의 입맛대로 규정을 바꾸고 스님들을 옭아매려하니 경악할 일”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규정에 따라 향후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재단을 향해 소송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분원관리규정 ‘제9조 권한상실’조항에 따르면 △재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정관 및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 ‘창권주 권한상실’ ‘분원장 해임’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학원 이사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제27조 해임’ 중 신설조항으로 △재단의 합법적인 인사명령, 행정명령과 지시를 거부하고 재단 대표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재단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자 △본 재단의 분원 창건주(분원장)로 등록한 이후에 취득한 재산을 재단에 등록하지 아니한 창건주 및 그 운영권자 등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재단법인이 출연재산 관리를 위한 내부규정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선학원의 경우 창건주분원장 스님 등을 중심으로 한 사단법인의 성격도 갖기 때문에 분명히 문제 소지가 있다”며 “특히 개정된 조항은 재산뿐 아니라 분원 관리자의 신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임에도, 이를 밀실행정 방식으로 개정하고 공표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94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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