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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에 상상 더해 스님의 독립운동 그린 소설

  • 불서
  • 입력 2019.06.24 13:38
  • 수정 2019.06.24 13:41
  • 호수 1494
  • 댓글 0

‘푸른 별의 노래’ / 이종숙 지음 / 얘기꾼

‘푸른 별의 노래’

“세상에는 큰 뜻을 품은 이름들이 많으나 그대에게는 벽성이 어울리지, 나라를 되찾겠다고 만세운동에 나서 한쪽 팔을 바쳤고 개인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우고 어린학생들을 가르쳤네. 평등한 사람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백정들도 도왔지. 그대가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았음을 나는 알고 있네. 밤하늘에 빛나는 푸른 별과 같은 존재, 그대가 벽성일세.”

용성 스님이 교육운동가 김효인에게 벽성(碧星)이라는 법명을 주면서 전한 말이다. 김효인은 기미년 만세운동에 나섰다가 일본경찰의 칼에 한쪽 팔을 잃고 실의에 빠졌다가, 용성 스님 당부로 태극기 그리는 일을 기반으로 독립운동에 깊숙이 발을 들였다. 

용성 스님 뜻을 따라 불교에 귀의해 수행자가 된 후로도 빈민촌에 머물며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나무아미타불 정근으로 새벽마다 집 주변을 맑히려 노력했던 벽성을 주인공으로 한 ‘푸른 별의 노래’는 제3회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이종숙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독립운동가로, 출가 수행자로 삶을 이어간 벽성을 통해 지난했던 과거사와 그 잔혹한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였다. 

벽성은 불교청년 단체인 구국단 단장 홍영철, 백정들의 인권운동인 형평운동에 참여해서 연을 맺은 이천복과 아들 덕신, 양주에서 소작농으로 살다 소작을 잃고 경성으로 올라와 다리 밑에 움막을 만들어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김주산을 만나면서 산동네 빈민촌인 부영촌으로 이사를 감행한다. 

제3회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이종숙 작가의 첫 장편소설 ‘푸른 별의 노래’는 잊혀가는 역사 현장과 인물들을 되새기게 하고, 지금 우리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게 한다.

그곳에선 김주산의 두 딸 초옥·희옥이 함께 했다. 부영촌에서 초옥이 공양을 책임지며 벽성을 돕는 동안, 벽성이 그린 태극기는 희옥을 통해 밖으로 옮겨졌다. 둘은 덕신이 운영하는 부영촌 야학에서 공부한 끝에 진명고보에 입학했고, 희옥은 더 큰 세상을 꿈꾸며 학교 밖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덕신을 도와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렇게 덕신과 희옥이 같은 꿈을 꾸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에 빠지는 사이, 홀로 덕신을 마음에 품었던 초옥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암울한 역사의 현장에서 벽성의 지휘아래 독립운동과 교육운동을 펼치는 청춘들의 열정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랑까지 담아내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간이 흘러 덕신은 만주에서 신미양행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독립자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고, 초옥은 부영촌을 조사하던 경찰을 안고 벼랑 아래로 뛰어내려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희옥은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면서 만주로 떠나 극적으로 덕신과 만나 함께 생활하며 아기를 갖게 된다.    

용성과 벽성이 입적한 이후이긴 했지만, 마침내 광복을 맞으면서 희옥이 경성으로 돌아오고 거리는 태극기 물결로 가득했다. 벽성이 그린 태극기가 함께 한 것은 물론이다. 소설은 영철이 경제 부흥의 꿈을 키우고, 구국단원들도 각자 목표를 찾아 떠나고, 이듬해 덕신이 조국이 분단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인천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실재와 상상을 더해 불교계 독립운동을 소설로 조명한 작품이라 할 ‘푸른 별의 노래’는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잊고 있던 역사의 현장과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 전반에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진한 민족애와 생존 앞에 던져진 개인의 선택, 삶을 원했으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초옥, 사랑을 이룬 희옥과 덕신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세대를 위한 밑거름이 되는 과정을 소리 없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1만3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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