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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단(言語道斷)

국립공원과 서소문공원

허준호라는 배우가 일본에서 독도 질문을 받자 기자의 볼펜을 낚아챘다. 그리고 물었다. “볼펜을 빼앗긴 기분이 어떠세요?”

불교계가 허준호의 심정이다. 정부는 1970년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사찰 땅을 일방적으로 편입시켰다. 편입된 곳은 스님들이 ‘산감’직책까지 만들며 지켜온 숲이기에 풍경이 아름다워 국민들이 주로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규제로 기와 하나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옭아맸다. 그러면서 그곳에 도로를 뚫고 건물을 세웠다. 이렇게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정부가 불교계를 향한 국민들의 비난을 조장하고 있다. 국립공원 전부를 국가 소유로 착각한 국민들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에 ‘산적’이라는 등 모욕적 발언을 일삼고 있다. 국립공원의 상당부분이 불교계 사유지라는 사실을 알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일본의 사찰이나 유럽의 성당에서도 관람료를 받는다. 그럼에도 문화재사찰에서 법에 따라 관람료를 받는 것조차 싫다면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거나, 국립공원에서 해제해 주면 된다. 그러나 오히려 불교계와 국민들 사이를 이간질해 싸움시키는 것에 맛이 들린 모양새다.

최근 서소문공원이 가톨릭의 성지로 탈바꿈했다. 정부소유 공원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가톨릭 순교자 현양탑을 세우고 조선을 침략해 줄 것을 구걸한 매국노 황사영 등 가톨릭 순교자 기념관을 지었다. 추기경은 미사를 열고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축성한다고 밝혔다. 윤관 장군의 동상은 사라지고 전봉준과 홍경래 같은 의인들의 역사도 지워졌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말이 있다. “진리는 말로 드러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간에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언어도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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