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상담학과 교수 범우 스님
동국대 불교상담학과 교수 범우 스님
  • 정리=주영미 기자
  • 승인 2019.06.24 16:52
  • 호수 1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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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른들의 ‘공감’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오계 지도하면서
무조건 외우게 하는 건 효과없어
자발적 행동으로 유도해야 효과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스스로 방법 알도록 기다려야
범우 스님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행동들이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어린이지도자연수회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오늘의 강의 제목은 ‘지계 실천을 위한 다섯 가지 심리 법칙’입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없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어린왕자’의 한 구절입니다. 우리는 4~5살 때부터 희미하게 기억이 생겨나면서 6~7살 즈음 되면 그때 느꼈던 생각과 감정이 남아있고 그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관찰할 때 이론에 앞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어린이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론이 아니라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 특히 마음 중에서도 ‘공감’으로 접근을 했으면 합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자발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교는 삶 자체입니다. 불교는 실용주의적인 태도, 실생활에서 당면한 어려움을 즉각 해결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아함경’에는 독화살의 비유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는데 이 화살이 누가 쏜 것이며 어디에서 쏜 것이며 무슨 이유로 왜 쏘았는지 알려고 하다 보면 결국 독이 몸에 퍼져서 죽습니다. 가장 먼저 독화살을 빼내야 살 수 있습니다. 독화살 이야기만 보더라도 불교는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종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기도 합니다. 지혜와 자비가 새의 양 날개처럼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입니다. ‘계를 지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함께 지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행동은 내일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이고 모여서 큰 항아리에 물이 차듯이 나의 선행이 큰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선행의 저금통에 쌓이고 있는 것이므로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동을 절제하고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맑고 향기로운 청정한 삶이고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과 타인을 함께 위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다섯 가지 심리 법칙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린이 오계를 법회 시간에 앵무새처럼 외우게 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사실상 실천효과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삶에 활용하는지 성찰해 보도록 합시다. 첫째는 ‘넛지효과(Nodge Effect)’입니다. 넛지효과는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선생님들과 스님들은 강요자가 아니라 내재적 동기로 자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선택설계자가 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이 작은 변화가 큰 효과를 내고 행동 변화를 이끕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넛지효과를 활용해 사고율을 줄인 사례가 많습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앞의 노란발자국이 스쿨존 사고를 현저히 줄였고, 계단을 이용하라는 문구 대신 계단에 피아노 건반 그림을 그려 넣자 걸어가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이디어를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법당에 갈 때 신발을 막 벗어 던지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어린이들의 지계 실천을 위해서 넛지 효과를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보보인형 실험’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과 그 결과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모방학습이 가능하다는 실험입니다. 누구를 모방하겠습니까? 선생님이나 스님입니다. 여름불교학교를 통해 1년에 한 번 보든, 매주 보든 어린이들은 말로 하는 것보다 선생님을 모델링으로 삼기 때문에 어린이의 지계 실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성인의 역할, 모습들이 바로 스펀지처럼 어린이들에게 모방이 됩니다. 어린이의 지계 실천을 위해서 여러분이 직접 지계 실천을 하셔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세 번째는 ‘마시멜로 실험’입니다.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유명한 책에 나오는 실험입니다. 최초의 실험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실험자는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연구자가 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마시멜로를 주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의 자제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는 내용입니다. 마시멜로 실험이 유명해진 이유는 세월이 흐른 뒤 발견된 추적조사를 한 결과 덕분입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30초 만에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연구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아이의 대학 입학시험이 200점 이상 차이가 난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어릴 때의 자제력이 훗날 학업 성적과 사회적 성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제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기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자기 스스로 방법을 연구하여 선택하도록 핵심을 잡아주고 기다리는 것, 타인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라비안 커뮤니케이션 법칙이라고 해서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쓰이는 방법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미국 UCLA의 메라비안 박사가 ‘침묵의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그 이후로 유명해진 내용입니다. 사람이 상대방에게 받는 이미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각적 요소만 55%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시각과 청각을 합치면 93%에 달합니다. 말의 내용은 불과 7%입니다. 지계에 대해서 어린이들에게 말할 때도 선생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시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선생님의 표정, 발음과 억양, 톤 이런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삼매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결국에는 습관이 나를 만든다.” 자제력도 습관입니다. 이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명상 카툰과 찬불동요 등 어린이들에게 지계실천을 알려 줄 수 있는 자료가 많습니다. 요즘에는 ‘자연결핍장애’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도량은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도심의 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속에서 지계를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다양하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함께하는 것,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을 통해서 배울 수 있도록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네 번째로 알려드릴 ‘상호관련의 법칙’과도 연결됩니다. 다시 말하면 인드라망의 메시지입니다. 인드라망은 구슬로 연결돼 있어서 서로 비추고 비춥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연기’라고 합니다. 이 연결의 법칙은 나비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은 사건 하나가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 연결해 볼 수 있는 법칙이 ‘줄리의 법칙’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머피의 법칙’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머피의 법칙의 반대가 줄리의 법칙입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를 보면 엎어지고 넘어져도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예상치 못한 일을 겪더라도 필연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어린이들의 지계 실천을 이끌어주시면 좋습니다. 

어린이 오계의 첫 번째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겠습니다’입니다. 이것이 바로 존중입니다. 아이들과 지계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혼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 발로 벌레를 밟아서 죽였다고 하더라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야단을 치면 수치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수치심이 발달되면 철면피 법칙, 사람을 죽여 놓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례와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혼내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자신이 존중을 받고 ‘아, 벌레를 죽이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다섯 번째 ‘공감의 심리’입니다. “그랬구나.” 이 단어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선생님이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랬구나”를 돌아가셔서 거울을 보며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는 “고통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린이의 지계실천을 위한 다섯 가지 심리법칙을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항상 천진불과 함께하길 바라며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내용은 6월15일 경북 경주 황룡원에서 개최된 ‘제66차 전국어린이지도자연수회’에서 범우 스님이 ‘지계 실천을 위한 5가지 심리 법칙’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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