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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할 죄

기자명 성원 스님

피해자 향한 위로도 중요하지만
사회 모습 자기반성도 함께 해야
큰 사건 앞 참회하는 자세 필요

제주가 시끄럽다.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뉴스를 보면 볼수록 더해지는 잔혹 행위에 보는 사람이 공포심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정말 미증유의 사건이다. 아직은 사건의 전말이 다 밝혀지지 않아서 누구라도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사람들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족보의 촌수를 공부하다 보면 참 합리적으로 짜였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부부는 무촌으로 되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1촌이고 자식과 자식 사이가 2촌이다. 부부가 무촌인 것을 두고 사람들은 같이 살면 한없이 가깝지만 헤어지면 바로 남남이 된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재미도 있고 일리도 있다.

제주의 사건을 접하면서 정말 함께 살다가 헤어진 부부는 어쩌면 남남보다 더 못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자식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던 것 같아서 더욱 씁쓰레한 기분이 든다. 부처님 가르침에 모든 고(苦)의 원인은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집착인 애착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의 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접하면 자꾸 자학적 의식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정말 모두가 흥분할 정도로 분노스러운 사건인 것은 확실한데 자꾸 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까지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괴감이 먼저 엄습해온다. 어쩌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도 같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자비심이 많아서 가해자를 향한 분노보다 피해자에 대한 애민한 마음을 먼저 내는 사람들이 많다. 피해자를 향한 대비심을 일으켜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도록 도무지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였으면 좋겠다. 이러한 염려와 걱정이 모여질 때 제2의 사태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기괴한 시대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자화상인 것도 같다. 정말 우리 종교인들은 이러한 종말적 사회의 모습을 보고 처절한 자기반성을 하여야 한다. 함께 분노하고, 비난하고 원망하고만 있다면 언제 다시 우리 사회는 밝아질 수 있겠는가. 사찰의 주지 직분을 마치고 바로 시작한 일이 불교대학 개원이었다. 불자들의 교육에 전념하고자 한 이유도 불교의 자비 사상을 가르치고 전파해 우리 사회를 정말 불국정토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척으로 가까운데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뉴스보다 빨리 소문으로 여러 상황을 접하고 보니 나의 무기력함이 더욱 마음 아프다.
 

성원 스님

너무나 큰 사회적 사건 앞에서 정말 우리 모두가 서로 참회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을 전파하려는 우리들의 생각이 부족했고, 행동이 부족했고, 이웃을 살피려는 마음이 조금 부족한 것은 아니었을까. 분노와 용서의 마음에 앞서 스스로 참괴하는 마음으로 뉘우치고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러한 가슴 아픈 일이 우리 사회에 벌어지지 않도록 발원하고 기도하면 좋겠다. 자꾸 바라보는 마음이 아리어 오는 것은 자꾸 나태했던 나의 지난날 때문인 것만 같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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