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식품시스템으로 보는 세상 ①
24. 식품시스템으로 보는 세상 ①
  • 고용석
  • 승인 2019.06.25 10:53
  • 호수 1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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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경제는 공급과잉을 전제한다

개도국 육류 소비의 증가가
곡물가격과 유가상승 원인  
굶주림 상존은 기괴한 현실

헨리 포드는 정육공장에서 도살자들이 조직적으로 소를 분해하는 모습을 보고 일괄조립라인을 고안했다. 식품생산이 다른 모든 제조방식에 영향을 준 것처럼 다른 모든 제조방식도 식품제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농장은 일괄생산 공장처럼 운영되면서 씨앗 사료 화학물질 같은 투입물을 고기와 곡물이라는 산출물로 바꾸었다. 정육점 청과상 제빵업자 같은 개별 소매업자는 크고 효율적인 원스톱 슈퍼마켓에 통합되더니 소매체인점에 다시 통합되었다. 현대의 식품분야는 한때 그것이 영감을 준 산업경제 즉 저비용 대량생산 시스템의 축소판이 되었다. 

과거 닉슨 행정부는 영세농들을 보호해 왔던 뉴딜법안을 폐기하고 농업의 대량생산·현대화·통합·중앙 집중화를 통해 세계화의 길을 선택한다. 1974년 이 계획을 발표한지 몇 년 만에 자영농 540만 명에서 농민 수가 230만 명으로 줄어들고 평균 경작지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오늘날 이들 대부분은 거대기업의 일원으로 종사하고 있다. 과잉 생산된 옥수수는 가축에 먹여지는 데 쇠고기 1kg을 만들려면 16kg에 달하는 곡물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가축공장도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다. 이는 비만을 포함, 환경과 동물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고기와 곡물은 어느 정도 소비하면 배가 불러 더 이상 찾지 않는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당연하게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거대기업들은  대량생산되는 곡물과 고기를 이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가공 산업을 확장하게 된다. 거기에 1974년 모든 가공식품에 모조품이라 표시해야하는 모조식품법의 폐기와 HFCS(옥수수고과당시럽)의 발명, 영양주의 열풍이 한 몫 한다. 농업의 대량생산과 축산업, 식품가공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 제도와 맞물려 이렇게 확대 재생산된다. 

여기에 바다식량의 고갈도 구조적으로 연결된다. 전 세계 남획되는 물고기의 절반 가까이가 가축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자연산 물고기는 양식어 사료로도 투입된다. 0.5kg의 양식 연어를 얻기 위해 2.5kg의 자연산 물고기를 사료로 소비해야 한다. 또한 곡물이 바이오연료에도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후·식품·에너지·경제가 모두 함께 움직이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의 육류소비가 곡물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곡물가격 상승은 유가 상승과도 상호 연결된다. 이는 세계경제에 항상 불안정한 요인이 되고 그 불안정성은 구조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식품경제는 공급과잉을 전제하기에 끊임없이 식품수요를 창출해야 돌아갈 수 있다. 고기는 칼로리를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얻는 방식이어서 육류중심 식단은 식품전반에 대한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즉 식품시스템이 돌아가는 핵심 연료인 셈이다. 그리고 자원고갈과 모든 유형의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농지의 80%와 물의 70%가 대부분 육류생산에 낭비되고 시장 거래용 식량의 50%가 가축한테 먹여진다.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놓고 가축이나 바이오연료와 경쟁하다니 이상하지 않는가. 기괴한 현실이다.

문제는 육식습관이 우리시대의 가장 중대할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성과 환경파괴를 둘러싼 온갖 논쟁이 계속되나 현대의 가장 비효율적인 육식습관과 그 외부효과에 대해선 신기하게도 언급이 없었다. 

현대의 식품분야는 식품을 다른 소비제품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면서 성공을 일구었다. 이는 식품경제의 역설이자 현재 일어나는 문제 대부분의 근원이다. 식품시스템이 다른 경제 부분처럼 발전해 왔다고 해도 식품자체가 본래 경제적 현상인지는 깊이 숙고할 문제이다. 다른 것과는 달리 식품은 부족하면 다른 대체물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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