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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석탑 초층탑신에 등장하는 비로자나불상

기자명 이숙희

석탑의 중심에 비로자나불 등장은
신앙주체, 탑에서 불상 이동 상징

탑동·수도암탑 초층탑신 조각
비로자나 북면 배치한 사방불
통일신라 오방불 형식의 특징

청주 탑동 오층석탑, 통일신라후기.

석탑에 불·보살상을 비롯하여 사천왕, 인왕, 팔부중과 같은 신장상을 조각하여 장엄하는 것은 인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부처의 사리(舍利)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탑의 부조상들과 구별되게 초층탑신의 면석에 불교의 방위불인 사방불을 조각한 것은 탑의 중심인 비로자나불을 상징적으로 포함하는 오방불의 개념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탑의 부조상이 사리 수호나 공양의 의미 보다는 예배불로서 신앙의 중심이 되었으며 동시에 신앙의 주체가 탑에서 불상으로 옮겨졌음을 상징한다.

사방세계를 대표하면서 불교 수호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는 사방불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초기 대승불교 경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밀교경전에 수용되면서 점차 오방불로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탑에 배치되는 오방불에 관한 기록은 중국 당대 불공삼장(不空三藏)이 번역한 ‘금강정유가삼십칠존출생의’에 처음 나온다.

이 내용에 의하면 탑의 중앙에는 비로자나불을 두고 동방 아촉불, 남방 보생불, 서방 아미타불, 북방 불공성취불을 배치한다고 되어 있다. 

충청북도 청주 탑동사지 오층석탑과 경상북도 김천 청암사 수도암 삼층석탑의 초층탑신에는 비로자나불상이 북면에 배치된 사방불이 조각되어 있다(사진 1, 2). 

석탑의 사방불은 손의 형태가 각각 다르나 북면 비로자나불상(毘盧舍那佛像)을 중심으로 배치된 위치를 보면 동면은 촉지인의 아촉불(阿閦佛), 남면은 전법륜인의 아미타불(阿彌陀佛), 서면은 손에 보주를 쥐고 있는 보생불(寶生佛)이 되는 셈이다.

북면에 비로자나불상이 등장하는 것은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9세기 중엽의 금동사리함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통일신라시대 오방불 형식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북면 비로자나불상이 밀교 특유의 보살형이 아니라면 동면의 촉지인상은 석가불, 남면 전법륜인상은 아미타불, 서면의 보주를 쥐고 있는 상은 약사불로 볼 수도 있다. 
 

석탑 북면에 새겨진 비로자나불상.

이렇듯 석탑 초층탑신의 북면에 비로자나불상이 등장하는 것은 신라시대의 전통적인 사방불 형식과는 다른 점으로 통일신라시대에 널리 신앙되었던 당시의 예배대상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는 밀교의 금강계 5불이 신라적으로 변용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석탑 초층탑신의 사방불은 탑신의 면석 좌우에 돌기둥이 예외 없이 표현되어 있고 동면과 남면, 서면과 북면의 불상이 대체로 양식상 유사성을 보여준다.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불좌상으로, 법의 착의법은 양쪽 어깨를 덮은 옷을 입고 있다. 

탑동사지 석탑과 청암사 수도암 석탑은 옥개석의 5단 층급받침이나 경쾌한 반전, 그리고 초층탑신에 보이는 사방불의 특징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경의 탑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석탑들은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면서 새로운 오방불 개념을 수용하여 또다른 석탑 형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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